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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유머와 여성 비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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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머와 여성 비하 발언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86호 입력 2011/06/28 09:35 수정 2011.06.28 09:28



 
ⓒ 양산시민신문 
최근 잇따른 여성비하 발언은
유머와 실언을 구별못한 결과
여성친화도시의 진정성은
양성평등을 존중함에서 비롯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기업인들과의 조찬모임에서 춘향전 얘기를 하는 중에 “변 사또가 춘향이 따 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표현해 참석자들을 황당하게 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 역사에 나타난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예를 들면서 재미있게 사례를 설명하려다 말실수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번에 민주당 경기도당으로부터 “따 먹는다는 표현은 대단히 불쾌한 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지사는 지난 해에도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걸그룹 소녀시대에 대해 ‘쭉쭉빵빵’이라는 표현을 써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치인이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전례는 많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제명 결의돼 퇴출 위기에 직면한 강용석 의원은 지난해 7월 대학생들과 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이 밖에도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요즘에는 룸에서도 자연산을 찾는데”라며 성형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고, 동명이인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여기자와 친해지려 어깨에 팔을 얹었다”고 해 구설에 올랐다.

비단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많은 남성들이 여성비하적인 말을 마치 유머처럼 착각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소위 ‘Y담’으로 통하는 일종의 음담패설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금기시되지 않았다. 반상의 계급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양반사회에서 한량들의 속된 놀이문화가 엄연했고, 기생으로 대변되는 화류계 여성들은 그들의 노리개로 자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어떤가. 양성평등이다 못해 여성상위시대라 볼 정도가 아닌가. 특히 2~30대 젊은이들의 사회에서는 여성 배우자에게 상당부분 의존하는 속칭 ‘와이프 보이’가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계열의 한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제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30~50대 주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남편과 친구처럼 지내는 ‘베스트 프렌드’와 함께 TV 드라마에 빠진 ‘드라저씨(드라마와 아저씨를 합성한 말)’나 ‘와이프 보이’를 찾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아직도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를 보노라면 중년남성들의 ‘남존여비 사상’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혹시 유머와 성적 농담을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익살스러운 농담으로 풀이되는 유머는 순수한 지적인 의미로 쓰이는 위트와는 달리 그 웃음의 대상에의 동정을 수반하는 정적(情的)인 작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신사적인 인생관조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 뛰어난 무용가인 이사도라 던컨이 말했다. “나와 결혼하면 나의 출중한 미모와 당신의 두뇌를 닮은 멋진 2세가 나오지 않겠어요?” 하지만 쇼는 “그 반대로 당신의 두뇌와 나의 외모를 타고 난다면 끔찍하지 않겠소”라며 말문을 닫게 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처칠 전 영국총리의 유머도 세월을 넘어 회자된다. 그가 노년에 한 파티에 갔는데 어떤 부인이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총리님, 남대문이 열렸어요. 어떻게 해결하실 거죠?” 처칠은 짐짓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이렇게 말했다. “별 문제 없을 겁니다. 이미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려도 밖으로 나오지는 못할 테니까요"

최근 우리 양산은 여성들이 살만 한 지자체가 됐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하북면에 분원을 내고 운영에 들어갔으며, 김해시와 함께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의욕적으로 챙기는 ‘여인천하’가 가시화되면서 ‘여성’이 지역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느낌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 여성들의 활동도 더욱 왕성해졌다. 지난해 시의회에 진출한 세 명의 여성의원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수시로 여성 지도자들의 교육 연수가 이어지고 있다. 시에서는 앞으로 5년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보육서비스 향상, 성평등 정책 기반 강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권 안팎에서 이렇듯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사회활동의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그들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지 않는 적절한 언행이 필요한 때다. 각종 위원회 구성에서도 들러리라는 인식을 벗고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에서의 역할을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여성친화도시는 그들을 평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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