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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외눈박이 배우의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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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배우의 성공사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87호 입력 2011/07/05 10:00 수정 2011.07.05 09:51



 
ⓒ 양산시민신문 
외눈박이 장애 딛고
대배우로 거듭난 피터 포크
장애인 차별과 편견 없어야
진정한 복지사회라 할 수 있어

케이블 방송의 성업으로 미드(미국 드라마의 속칭)를 즐기는 시청자 수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과학수사 시리즈나 성범죄, 연쇄살인 등 수사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현직 시장도 법을 위반하면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는 공권력 행사가 확실한 미국이지만 각종 잔혹범죄가 난무하는 사회불안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권선징악형 드라마가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미국 수사드라마의 원조는 뭐니뭐니해도 ‘형사 콜롬보’라 할 수 있다. ‘형사 콜롬보’는 197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20여년간 미국에서 제작돼 전 세계에 배포됐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26개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해 주인공 콜롬보 형사 역을 맡은 피터 포크도 세계적인 흥행배우가 됐다. 그런 그가 지난 주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피터 포크는 1950년대까지 미국 영화사를 풍미한 카리스마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 시절에는 존 웨인ㆍ게리 쿠퍼로 대변되는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영웅이나 록 허드슨 등 조각 같은 미남이 영화계를 주름잡았다. 말론 부란도의 출현 이후 헐리우드는 연기를 중시하는 액터(Actor) 시대로 접어들었다. 1970년대 이후 연기파 배우의 명맥은 폴 뉴먼,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등으로 이어졌고 피터 포크도 외모 보다는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됐다.

포크는 세 살 때 질환으로 한쪽 눈을 제거하고 인공안구를 이식했다. 곱슬머리에 잘 생기지도 않았고 말도 어눌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해 연기로 승부한 천재배우였다. 특히 그가 창조한 콜롬보 형사의 남루한 바바리 코트 차림과 얼빠진 표정은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조그만 단서도 놓치지 않고 수사에 반영해 명쾌한 결말을 내놓는 두뇌 게임에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장애를 이겨낸 그의 삶은 비록 그가 알츠하이머 병으로 말년을 고통스럽게 보냈다 해도 추앙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가 한국인이었다면 그런 영광이 가능했겠는가 하는 데는 의문이 있다. 그만큼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며칠 전 양산역 승강장에서 전동스쿠터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지체장애인이 스쿠터가 뒤집혀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날 엘리베이터는 유리창 파손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양산역 관계자는 직원을 호출해 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는데도 무리하게 에스컬레이트를 이용한 장애인을 원망했지만 그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안내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보편적인 상식으로 행동양식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의 기준에 맞도록 설정된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운용체계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야 한다. 유리창 파손으로 며칠간 정지된 엘리베이터는 관리자 측에서 볼 때는 며칠만 참으면 되지만 장애인을 보살핀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한없이 긴 시간인 것이다.

농아인으로 볼링 국가대표선수가 된 조상희 선수는 다음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자비로 참가한다. 지난달 경남도기능경기대회에서는 CNC 선반, 시각디자인 등에서 5명의 양산사람이 입상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주변의 무관심 속에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지난주부터 양산시는 공공시설과 다중집합장소에 지정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계도 위주로 단속해 왔지만 앞으로는 관련법에 규정된 1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엄격히 시행하겠다는 말이다. 공공기관 주차장이나 대형종합병원, 쇼핑센터 등에 설치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멀쩡한 차들이 늠름하게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화를 내본 경험은 모두가 한 번 쯤 있을 것이다. 단속하는 사람이 장애인일 경우에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큰 소리를 치며 대드는 볼썽사나운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얌체 주차족을 뿌리뽑는 지속적인 단속을 기대한다.

우리 시에는 1만2천명의 장애인들이 살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선진국 문화의 척도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꿈과 희망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돌볼 수 있어야 진정한 복지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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