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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소음 때문에 고속도로 옮기는 성남시..
오피니언

소음 때문에 고속도로 옮기는 성남시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88호 입력 2011/07/12 09:27 수정 2011.07.12 09:16



 
ⓒ 양산시민신문 
대단지 아파트 앞을 지나는
대형 고가도로 반대는 당연
주거환경 훼손하는 개발행위
더이상 인내 강요해선 안돼


고속도로 인근 아파트단지의 소음피해로 인해 110m 구간을 뜯어내 옮기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1천억원의 생돈이 들어가게 됐다. 경기도 성남시 얘기다.

지난달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성남 판교신도시 산운마을 H아파트와 차량전용도로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거리는 불과 33m인데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차량의 굉음으로 입주민들의 불만이 극심했다. 실제 소음측정 결과 주ㆍ야간 모두 환경정책기본법상 도로변 소음 기준치를 초과했다. 소음을 막기 위해 일부 구간에 방음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교량이 높아 방음시설 하중을 견딜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오자 결국 고속도로 일부구간인 1.84km를 110m 북쪽으로 이설하기로 했다.

1천63억원이 소요되는 비용은 성남시와 LH공사가 부담한다고 한다. 지난해 취임한 성남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 예산낭비사례를 지적하고 판교신도시특별회계 차입금 5천4백억원을 갚지 못하겠다고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런 성남시와 LH공사가 판교에서 벌어들인 개발이익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로 했다니 결국 시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공원이나 체육관 등의 복지관련시설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최근 들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사례를 들추어내고 재발을 막기 위한 감시를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판교의 사례도 시행청의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불필요한 재정적 손실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겠다. 하지만 본란에서 길게 인용하는 것은 당장 우리 지역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상기하고자 함이다.

웅상과 양산을 연결하는 국지도 60호선은 8년이나 끌어온 1단계 구간의 마무리 공정이 한창이다. 지난 연초에 부분개통된 법기터널 주변도로의 차량 통행량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단계의 마지막 구간인 신기동 해강아파트 앞을 통과해 옛 양산인터체인지로 연결되는 공정이 민원 제기로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설계 중인 2단계 북부천 종단구간이다.

시행청인 국토해양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기본계획 노선안에는 양산고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교량 위를 가로질러 북부천을 따라 양산천을 넘고, 화제터널을 지나 낙동강을 건너 김해로 연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토관리청은 2009년 6월과 2010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노선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해 초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현 시장인 나동연 당시 시의원이 대표로 시행청에 노선 조정을 강력 요구하기도 했다.

북부천 종단 고가도로 개설안에 대한 주민 반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다. 아파트 5~6층 높이의 고가도로가 개설될 경우 조망권은 물론 차량 소음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불만이다. 둘째는 주변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다. 현재 이 구간에는 양산고등학교 32학급, 양산중학교 27학급, 신기초등학교 22학급 등 3천명가량의 학생들이 있다.

현재 2단계 양산구간의 실시설계는 답보상태다. 양산시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국토관리청에 대체안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시의 대책은 옛 양산IC에서 기존 6차선 도로를 이용해 양산대교를 넘어 화제터널로 진입하는 안과 북부천 남쪽 도로를 확장해 35호국도와 연결하는 안을 제시했다.

골치 아픈 민원은 피하고 보자는 국토관리청은 이 구간의 설계변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역시 국토관리청이 시행하고 있는 국도7호선 우회도로공사 구간에서도 비슷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500여가구가 살고 있는 명동 화성파크드림아파트 주민들은 바로 앞을 지나는 삼호터널과 연결된 150m 길이의 교량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베란다 앞을 거대한 교량이 가로막고 있는 걸 예상한다면 어느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시행청은 수년간의 아파트 공사 진행을 몰랐다고 할 수는 없다.

정부는 번번이 자동차전용도로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뒤늦게 변경불가를 주장하지만 아무리 국책사업이고 지역발전을 위한다고 해도 주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공사계획은 재고되어야 한다. 지금 강행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성남시의 경우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다시 철거해야 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개발사업은 더 이상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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