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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장마는 끝났지만
오피니언

장마는 끝났지만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89호 입력 2011/07/19 09:56 수정 2011.07.19 09:44



 
ⓒ 양산시민신문 
불은 재라도 남기지만
물이 주는 피해는 상상 초월해
범람을 막는 유수지 확보와
저지대 방수대책 만전 기해야


지난주까지 우리나라를 강타한 집중호우는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양산지역은 원동면 일부 마을과 농경지의 침수를 제외하면 드러난 피해는 거의 없어 다행이지만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뿐 아니라 4대강 사업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인 국토관리청이 하천 범람을 막는 역할을 하는 유수지에 준설토 매립을 주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원동면 용당리 3개 마을은 상습침수피해지역이다. 그런데 이번에 당곡천 제방공사를 시행한 경남도가 제방 안쪽 신곡마을에 배수펌프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120mm 정도 내린 비에 마을과 농경지가 대거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곡천의 물이 마을로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해예방사업이었지만 도리어 천태산 줄기에서 모인 물이 하천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는 가두리 역할을 한 것이다. 시에서는 수차례 경남도에 배수펌프시설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데 나 몰라라 하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

딸기 집단재배단지로 명성이 높았던 중리마을에서는 배수펌프장이 있지만 가동되지 않아 물바다가 됐다. 해마다 침수 피해를 입는 마을 진입로를 포함해 인근 농지가 대부분 물에 잠겼는데 그 이유가 기가 막힌다. 농어촌공사에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벌이면서 배수펌프 전기시설을 철거하는 바람에 펌프를 가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시는 이러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2002년 8월 교동 일대 저지대에서 며칠 사이에 두 번이나 가옥들이 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때도 펌프장이 가동되지 않아 주민들이 곤욕을 치렀다.

그런가 하면, 부산국토관리청은 낙동강에서 나오는 준설토를 동면 가산리 앞 양산천 구역의 유수지에 매립 중이다. 30만평에 가까운 이 지역은 국도35호선과 양산천 사이에 있으면서 집중호우시 일시적으로 물을 담아두는 유수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유지가 많지만 양산천 제방 보호를 위해 개발이 제한되면서 수십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막아왔다. 그런데도 국토관리청은 공공을 위한 하천정비사업은 가능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개인땅을 사들여 준설토 매립지로 사용하고 있다. 신도시 조성으로 수백만평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지면서 물을 담아두는 기능이 상실되고 내린 비는 그대로 양산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에 양산천의 범람이 우려됨에 따라 제방을 더 높여야 되지 않느냐는 논란이 있었음을 상기할 때 어떤 이유에서든 유수지의 축소는 있을 수 없다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기상재난에서 양산은 복 받은 곳이라고들 말하고 있다. 실제로도 최근 십여년 동안 특별한 풍수해를 당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아픈 기억이 존재하고 있다.

1957년 8월 2일 칠월칠석날 몰아닥친 태풍 칼멘은 양산을 악몽 속으로 몰고 갔다. 밤새 300mm 이상 쏟아진 폭우는 이튿날 새벽 명곡천이 범람하면서 제방이 붕괴되어 하신기 마을을 덮쳤다. 60여호가 살던 마을에서 32명이 사망하고 가옥 절반이 유실되는 등 쑥대밭을 만들었다. 하신기 마을을 강타한 홍수는 양산천 신북정 제방과 신기배수문 옆 제방을 붕괴시키고 북부제방마저 무너뜨리니 시가지 전체가 침수되었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수해피해현장을 찾아 위로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지금도 하신기마을에서는 칠월칠석날 제사가 가장 많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10여년 동안 양산천 모래 채취로 강바닥이 낮아지고, 낙동강 하구둑 건설 등으로 홍수조절 능력이 향상되었다. 양산에서도 취약지구에 대한 제방 보강공사가 재해예방 차원에서 꾸준히 진행돼 왔다. 수백만평의 들판에 조성된 물금신도시에도 배수시설에 대한 사전조치가 필수적으로 대두되었고 우수와 하수의 분리를 통한 체계적인 배수시스템으로 아직까지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행정기관의 안일한 수방대책과 시민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만연하고 있어 불의의 재난을 당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예방조치는 물론, 대규모 도로공사로 인한 절개지와 법면의 안전 점검을 서둘러야 한다. 장마는 물러갔지만 태풍의 위협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릇에 담긴 물은 그 존재가 미미하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건함이 사라졌을 때 보여주는 위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담을 곳이 부족하면 넘치게 되며, 인공적인 그 어떠한 시설도 물의 위력을 잠재울 수 없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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