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웬 도덕론(道德論)인가
..
오피니언

웬 도덕론(道德論)인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90호 입력 2011/07/26 09:49 수정 2011.07.26 09:36



 
ⓒ 양산시민신문 
지도층의 도 넘은 도덕적 해이
사회 양극화 현상 부추겨
자발적인 ‘도덕 재무장’ 통해
모두가 살 만한 세상 만들자


무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은 밤 늦게까지 이어져 열대야를 부르고 있다. 이런 때에는 부아를 돋구는 소식에도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을 평안하게 먹는 것이 상책이다. 염천(炎天)에 얼음냉수 한 사발 들이키듯 시원한 소식은 없을까.

얼마 전 집권당의 대표가 된 홍준표 의원은 당 내부 강연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하고 따라갈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정치를 해야 국민이 따라간다”고 하며, “국무총리를 올려놓으면 모두 병역면제 총리가 되고 장관도 부동산투기, 탈세, 병역면제 의혹으로 인사청문회 때마다 낙마를 하니 국민이 실망하면서 마음이 떠나간다”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래시계’의 주인공다운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일갈(一喝)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대들지 못할 대상인 바에는 누군가 대신 나서서 꾸짖기라도 해주면 조그만 위안이 되는 게 민초들의 삶이다. 그 자신 이런 질책에 얼마나 자유로운지는 알 수 없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에 대한 통렬한 지적으로 얼음냉수만큼 시원한 생각이 든다.

정의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 마이클 센델 교수는 경제중심의 사회가 낳은 폐해는 심각하다며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 각종 로비와 공직자의 부패, 경제인의 각종 특혜와 비윤리적인 이권개입, 일반 시민의 도덕적 불감증 등 경제논리에 가려 어느 정도의 비도덕은 묵인할 수 있다는, 근거가 빈약한 관용이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지적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경제적 변환기에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재산을 모은 졸부들이나, 상장 또는 비상장 주식의 탈법적 운용으로 부자가 된 사람,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기 식구 배불리기에 나선 재벌이 부의 세습을 계속하는 한 경제적 도덕수준은 후진국에 다름 아니다.

사회적 도덕수준도 이에 못지 않다.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마저 ‘위장전입’이 엄연한 불법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경우에는 ‘단지 두 딸이 같은 학교를 다니고자 하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가족애적인 동기였음을 변명으로 내세울 정도로 지도층의 도덕관은 추락하고 있다. 이제 유명 연예인이나 지도층 인사의 자제가 자발적으로 군대에 입대하면 큰 뉴스가 되고 유명 정치인이 가족들만 모아놓고 조촐한 결혼식을 치르면 무슨 큰 미담이나 된 것처럼 매스컴에 회자되는 세상이다.

서민들을 분통 터지게 하는 건 오를대로 오른 자장면이나 삼계탕 값만이 아니다. 얼마 전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부양 의무자 및 소득재산 등에 대한 확인 조사를 실시, 자격 미달시 대상에서 제외토록 방침을 정했다. 이 결과 전국에서 상당한 탈락자가 나오게 되고,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역을 관리하고 있는 코레일측은 8월부터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서 역사내의 노숙자를 강제로 몰아내겠다고 한다. IMF 경제위기로 생겨난 서울역 노숙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물리적 강제력으로 판자촌 철거하듯 폭염의 거리로 내몬다면 이 또한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문명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심을 견지하고자 한다면 우리 주변의 위화감과 사회 양극화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노력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기름값이 아무리 올라도 부유층은 꿈쩍도 하지 않고, 로또에 이어 연금식 복권이 출시돼 유혹해도 막상 지갑을 여는 사람은 일확천금의 꿈에 부푼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반값 등록금이니 무상급식이니 온갖 복지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지만 정작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에 대한 항구적인 대안이 수립되지 않는 한 정치권의 목소리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역 감정’을 제치고 ‘사회 양극화 현상’이 국민들이 인식하는 가장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도덕 재무장’이 이 시대 화두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젊은 실업가들이 호화생활을 거부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면서도 사회기부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뉴스는 왜 미국에서 대부분의 부자들이 비난받지 않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되고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미국 100대 부자의 70%가 1세대 창업자인 반면에 우리나라 100대 부자의 80%는 재벌 2ㆍ3세라고 소개하면서, 보통 사람도 계층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어야 한국 경제가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