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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까다로운 과정과 사기장의 숙련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장작가마에서 구워지는 우리 사발은 현대적이고 편리한 가스가마와 정형화된 기법에서 얻을 수 없는 미묘하고 풍부한 때깔과 질감을 오롯이 드러낸다.
조선 사발을 완벽히 재현한 최초의 사기장으로 우리나라 도예계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고 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2008년 작고한 선생의 뒤를 이어 ‘신정희요’를 운영하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은 이런 이유로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한다.
신 사기장은 1974년 만들어져 지난해 10월 수명을 다해 무너져 내린 부친의 요를 대신해 전통가마에 신기술을 접목한 새 가마를 만들어 지난달 30일 첫 불 때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첫 불 때기에는 김두관 도지사와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 일본 노무라미술관장과 지역 주민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에 새로 만든 가마는 오름가마 형식의 전통 장작가마의 특징을 가진다. 한국 전통 가마인 오름가마는 그 모양이 비스듬하게 경사져서 완만하게 올라가는 언덕 같아 붙여진 명칭이며, 가마 내부구조가 칸칸이 나뉘어 ‘칸식가마’라고도 불린다. 내화벽돌을 이용해 제작하고, 경사도를 이용해 가마 온도를 천천히 올리고 자연스럽게 냉각시키는 반연속 가마다.
새로 완성된 가마는 한국 전통 가마 특징에다 신 사기장이 일본과 중국, 유럽 등지의 가마에만 있는 장ㆍ단점을 수개월 이상 연구해 한국 도자기에 어울리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더했다. 현재 8칸으로 구성된 새 가마는 기존 전통 가마보다 내화성이 뛰어나며, 제작비도 몇 배가 드는 등 노력과 정성이 녹아 있다.
이번 가마에는 또 전통과 변화에 대한 신 사기장의 고민도 담겨 있다. 17세기 우리 전통 가마를 배운 일본의 장작가마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 전통 가마는 생산성이 낮고 작업하기가 불편해 도예가들이 현대식 가스가마로 돌아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통 도예는 장작가마를 쓰지 않고서는 오묘한 맛을 살릴 수가 없다. 바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 가마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신 사기장은 “우리 것을 고수하며 지켜나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틀어 머물지 않으면서 기본을 버리지 않고 더욱 발전시켜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 사기장은 오는 10월부터 일본 교토와 후쿠오카 다이마루 미술관에서 각각 전시회를 앞두고 있으며, 내년 6월께는 자신이 직접 저술한 도자기 역사소설 ‘신의 그릇’의 드라마 제작을 위한 방송촬영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