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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 건축행정의 자가당착(自家撞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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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 건축행정의 자가당착(自家撞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91호 입력 2011/08/09 09:31 수정 2011.08.09 09:30



 
ⓒ 양산시민신문 
삼신교통 차고지 불허 결정
경남도 행정심판에서도 인정
시 조례 허용 조항 개정해야
불필요한 반발 막을 수 있어


삼신교통이 추진하던 버스차고지 명동 이전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경남도행정심판위원회가 양산시의 불허가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삼신교통측의 심판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한 것이다. 그동안 주민의 생존권이 걸려 있다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해 반대운동을 해 온 화성파크드림 등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관련법에 적합한 경우의 허가 신청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생존권과 주거환경에 대한 권리를 광의적으로 해석해 제한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된 경남도행정심판위의 결정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허가권의 재량은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고법 춘천행정부는 산지 전용을 불허한 홍천군청을 상대로 낸 건축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법령상의 산림 훼손 금지나 제한 지역에 해당하지 않고 명문 근거가 없더라도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때에는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며 패소 판결했다.

삼신교통은 현재 삼호동에 있는 차고지가 회야강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돼 하천으로 매수됨에 따라 문제가 된 명동에 부지를 확보해 이전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전예정지는 인근에 화성파크드림과 대우푸르지오, 해인그린빌 등 1천여세대가 입주한 대단위 아파트가 밀집한 곳으로 주민들은 버스 차고지가 들어설 경우 부설되는 가스충전소의 폭발사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번 경남도의 결정으로 이 지역 주민들의 걱정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울산지방법원에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의 핵심이 숨어 있다.

행정조치에 순응해 소유 부지를 팔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 사업장을 이전하려던 운송사업자와 대규모 주거단지 한복판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충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간의 다툼은 쌍방간 혈전을 거듭해 왔다. 1라운드는 주민들의 승리였지만 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그 결과에 따라 또 한 번의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에서도 주민들의 손을 들어 준다면 표면상으로는 안정을 되찾겠지만 사업주의 손실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대로 사업주의 신청을 받아 들인다면 허가가 나더라도 실제 건축현장에서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산시의 행정처리는 과연 온당한 것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는 커다란 자가당착을 저지르고 있다. 양산시도시계획조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시내버스차고지에 설치하는 액화석유가스충전소 및 고압가스충전ㆍ저장소’를 건축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주민들의 불편과 반대를 이유로 해서 불허가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말 웅상을 찾은 나동연 시장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차고지를 이전하는 것은 시장과 관련 공무원 모두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전에 출장소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도 반대위는 참석한 시의원과 공무원에게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 시의원은 “조례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한 뒤 개정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 이후 도시계획조례의 개정 논의는 어느 곳에서도 추진되지 않았다. 도시계획조례는 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위임 범위 안에서 세부적인 건축규제를 정해 놓고 있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층수의 제한이 특별히 없어 고층아파트가 가능한 지역이다. 그런데도 가스충전ㆍ저장소 등이 건축 가능하도록 조례를 제정해 놓고 허가는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주거환경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의거 불허가한다면 아예 조례에서 허용되지 않는 쪽으로 개정되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시의회에서는 지난 회기에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발의돼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일반주거지역에서 근린생활시설 규모의 제조업소를 허용하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다시 말하자면, 조례의 불부합 사항이 의원 발의로 개정안이 마련되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문제가 된 가스충전ㆍ저장소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허가 신청인이나 주민들간의 불필요한 대립을 막기 위해서는 조례의 개정 여부를 공론화하여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아예 삭제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그래야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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