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의 빛과 어둠ⓒ 양산시민신문
내원사와 홍룡사, 무지개폭포 등 양산지역의 주요 계곡은 수려한 경치와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양산은 물론 인근 부산과 울산 시민의 피서지로 사랑받고 있다. 가족 혹은 연인, 친구와 함께 자연을 즐기며 더위를 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밀려드는 인파는 곧 무질서로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내던져진 양심 이제 주워 담아야
해마다 휴가철이면 피서지에서의 공공질서 지키기 캠페인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이는 결국 피서지에서의 공공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양산시도 지난달 초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7월 13일부터 9월 6일까지를 ‘피서철 특별관리기간’으로 설정ㆍ운영한다고 밝히면서 피서지 공공질서 캠페인을 펼쳤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캠페인이 해마다 펼쳐지듯 무질서 행위도 여전하다.
시민의식 향상과 피서지 질서를 유지하는 시민ㆍ사회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예전에 비해 피서지 무질서가 나아졌지만 양산지역 계곡을 찾는 일부 피서객의 불법ㆍ무질서 행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야영과 취사가 근본적으로 금지됐음에도 곳곳에서 버젓이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주차 문제도 해마다 반복된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주차하기 위해 애를 쓰는 피서객과 질서유지를 위해 이를 저지하는 사회단체 사이의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이때를 틈타 한 몫 챙기려는 상인들의 바가지와 얌체 상혼도 무질서를 부채질하고 있다. 내원사 계곡에 보행자를 위해 설치된 나무데크는 이미 인근 식당의 야외 식탁이 점령했고, 심지어 평상까지 설치해 내 땅인 듯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무지개폭포는 사유지여서 행정의 손길이 덜 미친다는 이유로 평상을 설치해 놓고 주말에는 개당 10만원이 넘게 이른바 자릿세를 받는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쓰레기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가져온 쓰레기를 모아 수거지역에 모아두는 피서객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계곡 구석구석에 쓰레기를 숨겨놔 청소마저 쉽지 않다. 피서지 곳곳에 이와 같은 불법 무질서 행위를 막기 위한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버려진 양심 앞에 헛구호일 뿐이다.
계도도 좋지만 불법 행위에 엄정해야
기분 좋게 피서지를 찾았다가 주차단속을 당하거나 취사 행위로 적발되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본인 편하자고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다른 피서객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양산시도 다수의 선량한 피서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분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피서철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한 이후 현재까지 각종 불법 무질서 행위로 인해 적발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불법 행위가 없다기보다 단속보다는 계도가 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시의 이런 해명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전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이유는 시의 피서지에 대한 관리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시 환경관리과는 지난달 초 피서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중점관리 10개 분야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피서객 불편신고 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담당부서에 센터 설치 여부에 대해 확인한 결과 오히려 ‘피서객 불편신고 센터’가 뭔지 되묻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시 관계자는 “쓰레기, 바가지요금, 주차단속 등 해당 사안별로 관련 부서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서별로 불법 무질서 행위에 대해 문의한 결과 하나같이 “계도하고 있으며,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같은 답변이었다. 불법 무질서 행위도 그대로다.
부산에서 무지개폭포를 찾은 한 피서객은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정작 무질서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도하거나 단속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며 “걸어놓은 계도용 현수막에 피서지 불편사항 신고센터 전화번호도 없는 것을 보면 형식적인 것일 뿐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