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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상대를 인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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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대를 인정하는 것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93호 입력 2011/08/23 09:21 수정 2011.08.23 09:17



 
ⓒ 양산시민신문 
시와 의회의 마찰이 잦은 것은
서로 역할 존중하지 않기 때문
일방적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시민사회 위해 노력해 나가야


프로야구 SK구단의 김성근 감독이 전격적으로 해임된 날 동년배로서 한국 야구계 쌍두마차였던 김응룡 전 삼성구단 사장은 “김성근 만한 인물이 어디 있나”며 “안타깝지만 능력이 있으니까 어디든 가지 않겠나. 워낙 야구밖에 모르는 친구니...”라고 아쉬워했다. 김응룡과 김성근은 1960년대 국가대표 중심타자와 투수로 함께 활약했지만 항상 다른 팀으로 승부를 겨뤄왔다. 2002년 삼성 감독 시절 김응룡은 4승 2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패장 김성근 당시 LG 감독에 대해 “야구의 신과 싸운 것 같다”고 치켜세운 바 있다.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이 붙은 유래다.

어떤 사회적 위치에서 대척점을 이루는 쌍방이 치열한 대립을 계속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경의와 존중을 잃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충분히 발전적이고 희망이 있다 할 수 있다. 기업에서의 경쟁관계나 학계의 이론적 대립은 물론이고 마땅히 정치적 이해관계에서의 인용도 가능하다. 서구의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에티켓이나 정책 대결 장면을 보면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다. 의회 내에서는 신랄한 의견 대립과 노선 차이를 극명히 드러내지만 그들의 상대를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의 존중감을 잃지 않는다. 가장 권위있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참고인에게도 그들이 진실을 호도하거나 감출 수 없도록 치밀한 증거를 내세워 몰아붙이지만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일은 없다. 2009년 미국에서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중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야유를 한 하원의원이 정가의 논란이 되자 백악관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 안팎에서의 폭력과 난동을 자주 목격하는 우리는 정치가 타협이나 양보의 산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91년 재개되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위력 하에 있고, 특히 지방의회가 국회의원의 손아귀에 흔들리는 제도적 모순으로 인하여 정치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결과 지방의원들이 선거에 나서 당선되기 전까지는 시민의 대리인 또는 머슴으로서의 역할을 내세우며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할 것처럼 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큰 벼슬에 오른 자의 위세로 돌변하고 만다. 오로지 자신의 지역구 표심을 유지하기 위한 선심성사업 예산 확보에 천착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지자체의 중요한 현안에서도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 이기주의에 골몰하기도 한다. 이런 의원들은 당연히 뒤로는 집행부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다수 정당의 물리적 횡포도 경우에 따라서는 경직된 찬반 논리에 이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16일 양산시의회 임시회가 시작됐지만 회기 결정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시장의 해외순방계획과 관련해 일정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것. 개원 전 나온 임시회 일정운영계획에 따르면 회기 마지막 날인 24일에 2차 본회의를 열어 시정질문을 하게끔 했다. 하지만 나동연 시장은 23일 민간사절과 더불어 중앙아시아로 떠난다. 시정질문을 취소하든지 일정을 연기해 처리해야 할 형편이다.

18일 공유재산심의특별위원회에서는 시가 요청한 공유재산관리계획 세 건 중 영어도서관과 배구전용체육관 건립계획 등 두 건이 불승인되었다. 영어도서관의 불승인 가능성은 이미 예견되었다. 시장이 애초에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중앙동에 유치하겠다는 말을 했다가 소주동으로 바꾼 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웅상지역 출신 의원 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고 원도심 의원들도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체육관도 왜 하필 배구 전용이냐고 따지고 나섰다. 두 건 모두 시의 사전 조율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임시회가 개원되기 전부터 시와 의회 사이의 불협화음이 수 차례 노출되었다. 추경 예산 심의를 앞두고는 시 간부들이 의원들에게 중요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자리를 따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자리마저 시장의 돌출행동으로 개운치 않게 끝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과 의장의 힘겨루기가 원인이라는 말도 있고 쌍방 모두가 상대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는 양비론도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의 대치가 시민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시장은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다양한 언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회가 시민의 대리인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대로 시의회도 집행부가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감정적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시민들의 요구를 지켜 나가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타협은 거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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