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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누구를 위한 수원지 개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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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누구를 위한 수원지 개방인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95호 입력 2011/09/06 09:29 수정 2011.09.06 09:21



 
ⓒ 양산시민신문 
법기수원지 개방으로 인한
관광객 쇄도로 마을 북새통
주차장, 편의시설 마련으로
마을주민 불편 최소화해야


79년 만의 법기수원지 개방은 평화롭던 본법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농사일이 전부이던 주민들은 삽과 곡괭이를 집어던지고 경운기를 멈춘 뒤 부산시를 항의방문 했다. 2008년 검찰청으로부터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기까지 했던 본법마을은 더 이상 평온한 시골 마을이 아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수원지로 올라가는 진입로 어귀에 두 장의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차량 진입이 불가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과 ‘마을사람 외에는 상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며 외부 잡상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의 반발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동면 법기리 본법마을, 오랫동안 법과 제도의 규제를 받아온 국도7호선 주변 4개 마을 중 하나다. 부산시와 인접한 영천마을에서부터 창기, 본법, 개곡마을은 1960년대부터 부산권개발제한구역과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거환경과 재산권 행사에 크게 제약을 받아왔다.

공원법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토지이용규제법인 그린벨트와 수도보호구역에 중복 지정됨으로써 주택의 신축은 물론 상업용 또는 공장의 건축이 불가능했다. 말하자면 도시 근교로 농업 등 1차 산업의 영위만 가능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환경의 보존은 이룰 수 있었지만 안락한 주거생활이나 소득의 증대, 산업 발전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살았다. 최근에는 부산~서울 간 고속철도의 통과로 소음공해까지 감수하게 됐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개발제한구역 완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취락지 중심으로 일부 그린벨트가 해제되기는 했지만 상수도보호구역은 아직도 철퇴처럼 변함이 없다. 수도법 규정을 보면 구역내라도 오ㆍ폐수 처리시설을 완비하면 지정을 해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미 이곳 마을의 오ㆍ폐수는 부산시의 수영하수처리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관로가 매설되어 있으므로 보호구역 해제가 가능하지만 부산시와 환경부의 미온적인 처리로 아직까지 주민들은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면 4개 마을이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묶이게 된 것은 회동수원지의 상류인 수영천 유역이기 때문이다. 법기수원지의 물은 범어사정수장을 통해 선두구동과 노포동, 남산동 일원의 식수로 공급된다. 또 일부는 수영천 방류를 통해 회동수원지로 유입되기도 한다. 이 물이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부산시민의 식수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법기수원지나 회동수원지의 원수는 양산시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정작 생활 규제는 우리가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법기수원지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주민들 앞에 제기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축조된 법기수원지는 부산시상수도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오랜 기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터라 수원지 주변의 자연풍광은 참으로 원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빼어난 자연환경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3~4천명의 방문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장이다. 마을버스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차량을 이용해 찾아오는 바람에 편도 2차선의 마을 진입도로는 물론 농로와 안길마저 빈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마을버스가 종점까지 올라오지 못하는가 하면 경운기 등 농기계의 이동도 불가능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오죽하면 마을 입구를 봉쇄하겠다는 위협까지 하고 나섰겠는가.

주차시설 부족과 함께 교통사고 위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양산원도심에서 법기터널을 거쳐 웅상지역으로 연결되는 국지도60호선의 지난해 개통으로 교통량이 급증하고 있는 차제에 본법마을 진입로와 연결되는 두 곳에서 이미 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 특히 이 곳은 경사도가 높은 비탈길이라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쾌적한 자연림을 일반에 공개해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수원지 개방을 계획하면서 양산시와 부산상수도본부는 개방 후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열었던 출입문을 다시 걸어 잠글 수 없다면 창기마을 쪽에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한 뒤 수원지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든지 아니면 인도를 확보해 걸어 오르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제 며칠 있으면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다. 고향을 찾아오는 친지들이 외래 관광객들에게 밀려 불편을 느낀다면 이거야말로 주객전도(主客顚倒)가 아닌가. 시 당국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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