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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사찰학춤의 문화재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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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양산사찰학춤의 문화재적 가치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96호 입력 2011/09/20 09:42 수정 2011.09.20 09:31



 
ⓒ 양산시민신문 
학춤으로 일관한 김덕명 선생
시민대상 문화부문 수상자 결정
지역문화 자긍심 드높이기 위해
무형문화재 지정 서둘러야


양산사찰학춤을 국내ㆍ외에 크게 알린 학산 김덕명 선생이 2011년 시민대상 문화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정통춤 인생 70년, 평생을 춤과 함께 살아온 학산 선생의 시민대상 수상 소식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마저 든다.

동면 내송리에서 태어난 선생은 한 마디로 ‘춤의 명인’이다. 정통고전춤에 관한 천부적인 소질은 양산사찰학춤을 추는 모습을 ‘한국의 100경(景)’에 올려 놓았을 정도로 춤사위가 예술적이다. 이미 30년 전부터 대한민국 명무의 반열에 오른 선생의 학춤은 88서울올림픽예술제를 비롯해 일본 동경 등 29개 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을 했고, 프랑스의 180년 된 유서깊은 극장 ‘오페라 꼬메디’를 찾은 관객들을 경탄시켰다.

양산사찰학춤은 통도사 창건 이래 대제행사나 종무총회시 중요한 의례로 승무와 함께 전승되어 왔다. 근대에 와서 사찰에서는 명맥이 끊어졌지만 민간계로 와 양산권번의 이주서, 김두식, 황종열 등을 거쳐 김덕명 선생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양산사찰학춤은 춤사위나 구성의 내용면에서 탁월한 예술성을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아 왔다. 따라서 그동안 수 차례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신청을 했지만 심의과정에서 인근 부산의 동래학춤 관계자들로부터 반대공작을 받아 무산되곤 했다. 당시 동래학춤보존위는 우리의 양산사찰학춤이 동래학춤의 춤사위와 의상, 가락 등을 모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문화재위원이던 서영국 교수는 두 춤이 전혀 다른 것이라는 반박을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양산사찰학춤이 중요무형문화재는 물론 경남도무형문화재로도 지정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데는 지역 문화계의 소극적인 대응과 김덕명 선생 개인의 예능으로 폄하하는 주변의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학산 김덕명 선생의 문하에는 선생의 아들인 김성수가 울산에서 학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고 2009년 작고한 최찬수 당시 양산국악협회 지부장이 있다. 또 선생이 직접 가르치고 이수증을 수여한 여섯 명의 후계들이 있다.

고 최찬수 지부장은 학춤의 전승과 문화재 지정을 위해 상당기간을 선생의 수제자로서 자료를 모으고 무보(舞譜)를 정리해 왔으나 아깝게 지병으로 사망하므로써 빛을 보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도 몇 차례 경남도 문화재 지정을 시도했으나 역시 동래학춤 관계자들이 심의위원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학산 김덕명 선생은 평생을 춤과 함께 살아 온 진정한 프로다. 항간에는 과거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의 불화의 원인으로 선생의 아집과 돈 문제를 지적하곤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보건대 선생의 신념은 학춤을 양산의 고유한 정통문화로 남기고 싶다는 일념으로 가득차 있다. 무릇 예술가라 함은 자신의 예술적 성취와 작품의 가치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강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비범한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쉽게 공유하고자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전수받는 문하생에게마저도 남다른 긍지를 잉태하게끔 한다.

선생은 수제자인 최찬수가 살아있을 때에도 종종 그의 춤사위를 지적하고 준열한 꾸짖음을 잊지 않았다. 또한 지역 문화계와의 불화로 고향땅에서 운신이 힘들 때에도 선생을 원하는 다른 지방으로 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학춤의 보급과 문화재 인정을 받기 위해 이 곳에 남아 후진을 가르쳐 왔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양산학춤의 대가이면서 막상 무형문화재로 소개될 때는 진주에서 신청한 한량무 보유자
로 되어 진주가 배출한 예인으로 분류되는 선생에 대한 안타까움은 크다. 이제 선생의 나이 만 87세,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학의 몸짓을 춤으로 승화시킨 양산사찰학춤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공식적인 계보를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화계 뿐만 아니라 시와 의회, 나아가 시민사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요구된다 하겠다. 최근 경남도가 원동 가야진용신제의 예능보유자를 지방무형문화재로 공식 인정하는 사례를 보면서 더욱더 양산사찰학춤의 문화재 지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시민들로 하여금 향토애를 북돋우고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고양하는 정신문화운동은 더욱 필요하다. 조상의 얼을 되새기고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이 널리 퍼질 때 비로소 지역사랑이 가능하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양산사찰학춤이 공식적인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게 되기를 고대한다.

김덕명 선생의 시민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건강한 여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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