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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민불편 아랑곳하지 않는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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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민불편 아랑곳하지 않는 고공농성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397호 입력 2011/09/27 09:35 수정 2011.09.27 09:22



 
ⓒ 양산시민신문 
국지도60호선의 크레인 농성
개인사유로 시민불편 야기해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첩경


도심과 웅상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인 국지도60호선이 한 사업자의 만용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또한 교통을 관리하는 경찰과 소방서의 구급대마저 비상상황으로 몰아 넣었다. 양산대학교 인근 왕복2차선 도로의 한 차선을 막아놓은 대형 크레인 이야기다.

지난 19일 새벽 대형 공사 장비를 운영하는 D크레인 대표 이 모씨는 명곡동 국지도 60호선 공사현장 바로 앞에서 자신 소유의 30m 높이의 대형 크레인 위에 천막을 매달고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오늘로 8일 째인 농성으로 도로 한 차선이 막힌 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19구급대가 설치한 대형 공기매트와 구급차량으로 일대에는 하루종일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출ㆍ퇴근 시간대에는 법기터널에서 내려오는 도로에 줄지어 늘어선 차량이 꼼짝달싹 못 해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씨는 지난 5월에도 7시간 동안 고공 농성을 펼쳤다. 농성의 이유는 국지도60호선 개설공사의 시공사인 삼성물산과의 배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호우로 인해 공사현장의 임시가설물이 붕괴되면서 이 씨의 크레인을 덮쳐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씨는 시공사에 배상을 요구했는데 배상규모를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자 소송으로 이어져 진행 중에 있다.

수 개월에 걸친 협상과 소송으로 공사 진행이 어렵게 된 삼성물산은 우선 법원으로부터 대집행 허가를 받아 지난 5일 이 씨의 크레인을 옮기고 공사를 재개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다른 크레인을 가져와 도로상에 설치한 뒤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대규모 시설공사의 하도급 업체로서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자신의 장비가 파손된 데 대한 배상 요구는 잘못됐다 할 수 없다. 또, 배상의 규모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렇다저렇다 관여하기는 어렵다. 풍수해로 인해 발생했다고는 하지만 시공사가 설치한 임시가설물의 붕괴로 장비에 손상을 입혔다면 적정한 배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시공사가 가입한 보험도 있을 것이고 피해규모의 산정은 전문가가 실시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간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임으로써 무고한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차선 하나만을 이용한 차량통행으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병력 다수가 24시간 매달릴 수 밖에 없고 119구조대가 비상대기하는 상황은 국가적인 행정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경찰에서는 이 씨를 도로교통법상 교통방해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하나 본인이 자발적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30m 고공에 텐트를 매달아 은거하는 이 씨를 강제로 끌어 내릴 수는 없으니 당혹스럽기 이를 데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공권력을 무력하게 하는 시위나 농성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개인 또는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적 시위에 힘없이 끌려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나아가서는 국책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이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발전되는 것을 공안당국에서 묵인하는 듯한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민들의 불편은 도외시된다.

자유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에서는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 특히 미국에서는 주요 정치인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이 여과없이 방영되고 있다. 현직 대도시 시장이 수갑을 차고 연행돼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는 일도 있었다. 시위 현장에 설치된 폴리스 라인은 그 선을 넘을 시 사법처리를 받는다는 엄격한 경고다.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이야말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 법의 집행에 지위의 고하가 있을 수 없고, 정당의 논리가 먹혀들 수 없고, 공무원 신분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사회 전반에 인정될 때 비로소 공정한 사회가 가능하게 된다.

고공의 크레인 끝에 매달린 사업주의 처지에 동정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타협과 법의 판정에 의지하지 않고 독불장군식의 농성을 펼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이미 그동안의 농성으로 본인의 사정은 널리 알려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지상으로 내려오기를 바란다. 삼성물산 측도 소송진행 중이라는 것만 내세우지 말고 함께 공사를 했던 협력업체니 만큼 온정을 갖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공사현장에서의 사업자 간 충돌로 더 이상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공권력이 불필요하게 투입되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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