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을 통해 복원되는 옛 황산잔도 구간. 시는 물금취수장에서 원동취수장까지 1.9km 구간을 걷고 싶은 길로 조성할 계획이다. ⓒ 양산시민신문
제주 올레길 열풍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특수성을 살린 옛길 복원 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발맞춰 양산시가 낙동강변을 따라 황산잔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황산잔도 복원은 영남대로 가운데 양산을 지나는 구간이었던 옛길을 복원한다는 역사적 의미에다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낙동강과 경부선 철도 사이를 통과하는 벼랑길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데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풍광을 극찬했던 임경대와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수라도 속 배경인 황산베리 끝, 보물 제491호인 석조여래상에 얽힌 전설이 있는 용화사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 방안도 다양하다. 여기에 물금나루터와 김해 상동면을 오갔던 나루터도 있어 낙동강 정비사업 이후 수변 공간을 이용한 수상레저와도 연계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전국의 우수사례를 바탕으로 황산강 베랑길 조성 사업이 가지는 역사ㆍ문화적 가치와 함께 통도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는 양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베랑길로 다시 태어나는 낙동강 절경 황산잔도
우리 조상들은 벼랑길을 지나가는 방법으로 잔도(棧道)를 만들었다. 잔도는 벼랑에 나무를 선반처럼 내매어 만든 길이다. 그만큼 험하면서도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통행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길이다. 조선시대 서울과 부산을 잇는 최단거리의 간선도로로 행정과 군사, 통신, 교통의 중심축이었던 영남대로(嶺南大路)에도 잔도가 있었다. 이름 하여 영남대로 3대 잔도인데, 황산잔도(물금), 작천잔도(삼랑진), 관갑천잔도(문경)가 그것이다. ↑↑ 황산강 베랑길은 경부선 철도와 낙동강 사이에 있는 공간을 이용해 조성된다. ⓒ 양산시민신문
험하기 그지없는 잔도답게 황산잔도는 주막에서 거나하게 한 잔 걸치고 과거보러 가던 옛 선비나 상인들이 발을 헛디뎌 무수히 물에 빠져 죽었다는 얘기가 전해올 정도다. 하지만 황산잔도는 1905년 일제가 경부선 철도를 개설하면서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면서 20여년 전까지 학생의 통학로로 이용돼오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돼왔다.
황산잔도가 100여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악명 높은 험로라는 꼬리표를 떼고 걷기 좋은 길로. 양산시는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으로 이름 붙인 황산잔도 복원사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실시설계에 들어갔으며, 올해 안에 착공할 방침이다.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은 낙동강의 옛 이름인 ‘황산강’과 벼랑의 양산 사투리인 ‘베랑’에서 착안했으며, 황산잔도의 옛 구간인 물금취수장에서부터 원동취수장에 이르기까지 1.9km 구간이다.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국비 지원으로 추진하게 된 이 사업은 옛 황산잔도 구간에 폭 2m가량의 보행과 자전거 통행용 오솔길을 만드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낙동강의 절경과 지역의 문화유적지 등과 연계한 양산의 도시브랜드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황산강 베랑길 복원사업은 경관성과 환경성, 지역성, 연계성 등에서 양산을 대표하는 걷기 좋은 길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베랑길 구간 자체가 그동안 통행이 없어 우거진 나무와 갈대가 자연 그대로 유지돼 낙동강과 함께 어우러진 풍치를 느낄 수 있고, 인근에 신라시대 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 선생이 극찬한 임경대와 환경부로부터 우수 자연경관으로 지정받은 화제들판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한 농부가 낙동강에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하는 물체를 건졌더니 그것이 미륵불이었다’(보물 제491호 석조여래상)는 연기 설화를 간직한 용화사와 물금취수장의 물문화홍보관, 옛 물금철광산 등이 인접해 있고, 민족문학의 대부 요산 김정한의 소설 수라도 속 주요배경 가운데 하나인 황산베리끝(현 토교마을)과도 맞닿아 있다.
길의 확장성도 뛰어나다. 밀양시와 협의해 영남대로의 또 다른 잔도인 작천잔도(삼랑진)와 이어지는 옛길을 복원할 수도 있고, 소설 수라도의 배경을 잇는 ‘수라도길’을 조성하면 이와도 연결할 수 있다.
양산시도 이러한 점에 주안점을 두고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근에 있는 역사ㆍ문화 유적지가 가진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 넣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해 ‘이야기가 있는 길’을 주제로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형과 자연 경관을 충분히 활용해 ‘자연친화적이고 안전한 길’로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부선 철도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조성되는 ‘황산강 베랑길’은 산책을 하면서 철도를 달리는 기차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시 관계자는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은 주변의 역사ㆍ문화 자원과 연계해 관광 양산의 이미지와 녹색관광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며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하고 있는 낙동강 물금지구와 화제지구 생태공원을 연결하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양산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