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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황산잔도 옛길을 걷다]자연과 인간이 상생한 생명의 숲길..
기획/특집

[황산잔도 옛길을 걷다]자연과 인간이 상생한 생명의 숲길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403호 입력 2011/11/08 12:02 수정 2011.11.08 11:40
오대산에 부처님 사리 모신 뒤 부처의 향기 쫓던 천년의 길


월정사 일주문~상원사 8.6km 가장 한국적인 숲길로 재탄생




ⓒ 양산시민신문
제주 올레길 열풍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특수성을 살린 옛길 복원 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발맞춰 양산시가 낙동강변을 따라 황산잔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황산잔도 복원은 영남대로 가운데 양산을 지나는 구간이었던 옛길을 복원한다는 역사적 의미에다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낙동강과 경부선 철도 사이를 통과하는 벼랑길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풍광을 극찬했던 임경대와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수라도 속 배경인 황산베리 끝, 보물 제491호인 석조여래상에 얽힌 전설이 있는 용화사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 방안도 다양하다. 여기에 물금나루터와 김해 상동면을 오갔던 나루터도 있어 낙동강 정비사업 이후 수변 공간을 이용한 수상레저와도 연계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전국의 우수사례를 바탕으로 황산강 베랑길 조성 사업이 가지는 역사ㆍ문화적 가치와 함께 통도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는 양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베랑길로 다시 태어나는 낙동강 절경 황산잔도
2. 충북 괴산: 산과 숲, 물이 어우러지는 산막이옛길
3. 경북 문경: 옛길의 대명사 문경새재길
4. 강원 평창: 자연 모습 그대로, 오대산 천년의숲길
5. 황산강 베랑길의 성공적인 복원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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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오대산 비로봉 아래 적멸보궁을 창건하고 세운 절인 ‘월정사’와 신라 성덕왕 4년(705년) 보천, 효명 두 왕자가 세웠으며, 조선 태조와 세조가 원찰로 삼았던 ‘상원사’. 이 두 사찰을 있는 옛길이 천년의 숲길로 부활했다.

천년의 숲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잇는 옛길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옛길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월정사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이어지는 lkm구간의 전나무숲길을 천년의 숲길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몇 해 전 계곡을 따라 상원사로 이어지는 옛길이 열리면서 8.6km에 이르는 옛 천년의 숲길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길 대부분이 숲 속을 지나는 오솔길로 이뤄져 있는데, 복원 과정에서 인공미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살려 오대산국립공원에 또 하나의 명소로 탄생했다.


새 생명 얻은 오대산 옛길


애초에 길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걸으면 그것이 길이 된다. 오대산 천년의 숲길은 길의 생명력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이 걷던 옛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잘 닦인 길이 생기면서 그 역할을 내어주고 사라졌지만 사람들이 찾아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가늘게 호흡하던 천년의 숲길은 2008년 옛길 복원이 시작되면서 힘차게 살아 숨쉬기 시작한 것이다. 

오대산 하면 떠오르는 길은 전나무숲길이었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월정사까지 1km가량 이어지는 전나무숲은 전북 부안의 내소사, 경기 남양주의 국립수목원길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으로 꼽힌다. 

이 길은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순수 산책로로, 향긋한 전나무의 향이 퍼져 삼림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1994년까지 아스콘과 카프포장(흙에 콘크리트 경화제를 섞어 만듦) 된 도로로 이용돼 왔지만 2008년 기존 포장을 걷어내고 마사토와 모래, 황토를 혼합해 만든 흙길로 복원했다.

하지만 예부터 오대산의 길은 ‘천년의 길’이었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길은 오대산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뒤 부처의 향기를 쫓아 오르던 길이라 하여 ‘천년의 길’이라고 불렸는데, 흙길로 복원한 전나무숲길을 시작으로 8.6km에 이르는 전체 구간 가운데 지난해 조성한 5.2km에 이어 올해 나머지 3.4km 구간이 복원되면서 ‘천년의 숲길’로 다시 태어났다.


인공미 거부한 호젓한 오솔길


천년의 숲길은 멀리 신라 때 부처님의 지혜를 찾기 위해 걷던 작은 오솔길이었지만 일제 시대에는 벌목한 나무를 나르는 협궤 레일이 지나던 길이었다. 그 뒤로 1960년대 말까지 오대산 자락에 살던 화전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이어주던 길로 명맥을 이어왔으며, 화전민이 사라지면서 일부 어르신들의 기억에만 남아 있는 사라진 길이 되었다.

오대산국립공원은 옛길을 복원하면서 그 속에 함께했던 역사와 문화, 생태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하고, 과거 화전민이 살았던 터를 복원했다. 또한 탐방객의 편의를 위한 쉼터를 만들어 여유롭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계곡을 타고 이어지는 길을 건너기 위해 징검다리와 돌다리, 흙과 나무를 이용해 만든 섶다리를 설치해 옛 모습 재현에 힘썼다.

천년의 숲길은 복원 과정에서 인공미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때문에 지형적인 영향으로 길을 만들 수 없는 한 구간을 제외하고는 옛길 복원에서 사용하는 그 흔한 나무데크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어슴푸레하게 흔적만 남아 있던 숲길을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복원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애써 닦아 놓은 길이 다시 숲으로 변해버리고, 만들어 놓은 다리가 계곡에 휩쓸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면서 자연의 힘을 배척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길로 만들었다.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풍경


천년의 숲길이 복원되면서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잇는 길은 두 갈래가 됐다. 전나무숲길을 걸어 월정사로 들어간 뒤 경내를 지나면 부도밭이 나오는데, 이를 지나면 곧 숲 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인 천년의 숲길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숲길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공적인 포장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가장 한국적인 숲길이라는 평가를 받는 길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숲길은 옆을 따라 흐르는 계곡과 교차하면서 다양한 풍경을 보여줘 지루할 틈이 없다.  

또 다른 길은 차량의 교차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길인데, 아스팔트가 아닌 잘 다져진 흙길이라서 이 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차량과 함께 가야 하는 불편함과 천년의 숲길 특유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대개 월정사를 둘러본 뒤 천년의 숲길을 이용해 걷고, 상원사에서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그 반대의 방법을 선택하는 탐방객이 많다.



생명ㆍ명상ㆍ치유의 가치

생명이 서로 어우러져
상생하고 공존하는 길


“옛 선인들과 지역주민들이 걸었던 그 옛길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러 평안을 얻는다”

오대산 천년의 숲길이 걷기명상과 치유의 길로 주제를 잡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천년의 숲길은 인공적인 포장을 거부한 아름다운 흙길로, 생명이 어우러져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는 생명의 길이다. 이 길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고, 인간 중심의 삶이 자연을 피폐하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지난 5월 월정사와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한 ‘제8회 오대산 천년의 숲 옛길 따라 걷기대회’는 올해 처음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복원된 옛길을 걸으면서 ‘생명’과 ‘명상’, ‘치유’의 가치를 되새겼다.   

주최측은 1천년 이상 보존돼 온 숲 속 옛길을 가족이 함께 걸으며, 다양한 체험을 하는 동시에 중간 중간에 마음을 바로 볼 수 있는 명상의 공간을 마련했다. 

서로 다투지 않고,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지 않는 자연을 닮은 천년의 숲길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멈춰 서서 천천히 사색하고, 명상하며 내면을 볼 수 있는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회 취지이자 길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월정사 퇴우 정념 주지 스님은 “존재 자체로 서로를 살아가게 하고, 돋보이게 하는 자연처럼 오대산 천년의 숲길에서 생명과 명상, 치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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