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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황산잔도 옛길을 걷다]과거와 현재를 잇는 오솔길, 황산..
기획/특집

[황산잔도 옛길을 걷다]과거와 현재를 잇는 오솔길, 황산잔도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404호 입력 2011/11/15 10:17 수정 2011.11.15 09:52




ⓒ 양산시민신문

제주 올레길 열풍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특수성을 살린 옛길 복원 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발맞춰 양산시가 낙동강변을 따라 황산잔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황산잔도 복원은 영남대로 가운데 양산을 지나는 구간이었던 옛길을 복원한다는 역사적 의미에다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낙동강과 경부선 철도 사이를 통과하는 벼랑길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풍광을 극찬했던 임경대와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수라도 속 배경인 황산베리 끝, 보물 제491호인 석조여래상에 얽힌 전설이 있는 용화사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 방안도 다양하다. 여기에 물금나루터와 김해 상동면을 오갔던 나루터도 있어 낙동강 정비사업 이후 수변 공간을 이용한 수상레저와도 연계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전국의 우수사례를 바탕으로 황산강 베랑길 조성 사업이 가지는 역사ㆍ문화적 가치와 함께 통도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는 양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베랑길로 다시 태어나는 낙동강 절경 황산잔도
2. 충북 괴산 : 산과 숲, 물이 어우러지는 산막이옛길
3. 경북 문경 : 옛길의 대명사 문경새재길
4. 강원 평창 : 자연 모습 그대로, 오대산 천년의숲길
5. 황산강 베랑길의 성공적인 복원을 위해


옛길은 역사적 가치와 정취가 살아 숨 쉬는 길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길이다. 이는 결국 옛길 복원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옛길이 담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지역의 브랜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역사성을 중심으로 옛길 복원을 추진하고, 옛길의 역사적 정취를 보전하고 특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장소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존중하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옛길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옛길 인근 주민의 공감대와 함께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첫 삽’ 뜨는 베랑길 복원사업


행정안전부의 친환경생활공간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추진하는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이 설계용역을 마무리하고 이달 중 사업 착공에 들어간다. 물금취수장에서 원동취수장까지 1.9km 구간에 폭 2m가량의 보행과 자전거 통행용 오솔길을 만드는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은 착공 후 5개월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내년 3~4월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시는 국비 5억원과 도비 1억5천만원, 시비 3억5천만원 등 1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내년 지방비를 추가로 확보해 연차별로 사업을 연장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복원 구간 대부분이 강변 암반구간으로 장비 투입이 어려워 인력에 의존해야 해 사업비와 공사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등과 협의를 원만하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여기에 사업비 확보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시는 애초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에 따른 전체 사업비를 40억원으로 계획했다가 20억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에도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은 이렇다 할 관광자원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양산시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지역사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충북 괴산군 산막이옛길은 양산시가 추진하는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과 비슷한 추진 과정을 겪으면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산막이옛길은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과 같은 10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2009년 완공했다. 이후 연차적으로 사업비를 투자해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지역 특성에 맞는 볼거리를 하나둘 늘려가면서 연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충북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며,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과 명품길 사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아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괴산호의 물길따라 조성된 산막이옛길은 산과 숲, 물이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브랜드화되면서 괴산군의 도시브랜드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발전의 새로운 희망을 주는 롤모델로, 관광객 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역사성과 특수성은 가장 큰 재산


한편, 양산시의 황산강 베랑길 조성사업 추진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 학계와 향토사학자들은 황산잔도가 가진 역사성과 특수성을 살리고, 낙동강은 물론 경부선 철도와 어우러진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옛길이 가지는 역사성과 특수성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는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길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조선 태종 때 영남대로가 개척되면서 열린 문경새재길은 이후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의 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길’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길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옛길을 주제로 관련 유물과 사료를 모아둔 옛길박물관을 개관했으며, 연간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옛길의 대명사로 손꼽히고 있다.

황산잔도 역시 일제 때 경부선 철도가 개설되면서 끊어지긴 했지만 충분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최단거리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영남대로의 시발점이자 교통의 중심이었던 황산역과 물금나루가 인접해있던 곳으로, 황산잔도 자체의 옛길 복원뿐만 아니라 황산역을 복원한 조선 시대 ‘역(驛)사 박물관’을 건립해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물금나루 복원과 연계한 수상레저 산업을 육성하면 침체에 빠져 있는 물금 서부마을을 중심으로 한 관광단지 조성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 평창군에 있는 오대산 천년의 숲길의 경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려 인공미를 거부한 호젓한 오솔길을 전면에 내세워 가장 한국적인 숲길을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산강 베랑길은 대부분이 낙동강과 맞닿은 암반구간이라 울창한 숲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경부선 철로와 낙동강 사이에 위치한 길의 특징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볼 때 황산강 베랑길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지형지물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복원해야만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명확한 주제, 백화점식 나열 피해야


옛길 복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백화점식 나열에 그쳐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막이옛길과 문경새재길, 오대산 천년의 숲길 등 전국의 옛길 복원 우수사례를 살펴보면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옛길 복원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산막이옛길은 산과 숲, 물이 어우러진 걷기 좋은 산책길, 문경새재길은 역사성을 간직한 흙길, 오대산 천년의 숲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린 생명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황산강 베랑길도 옛길 복원에 따른 추구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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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좋은 산책길을 표방하는 산막이옛길(사진 위), 역사성을 바탕으로 길 문화를 대표하는 문경새재길(사진 가운데),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생명의 길을 추구하는 오대산 천년의 숲길(사진 아래)과 같이 황산강 베랑길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옛길 복원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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