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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진로 찾아주는 교육 필요하다..
오피니언

진로 찾아주는 교육 필요하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409호 입력 2011/12/13 10:01 수정 2011.12.13 09:33




 
 
수능이 인생의 전부인가
높은 대학진학율에도
실업과 사회부적응에 우는
젊은이들, 교육의 책임이다


유럽 취재 일정 도중에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한 직업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복도를 오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활기가 넘쳤다. 그들은 저마다 원하는 분야의 진로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지나면 적성에 따라 인문계로 진학해서 대학에 갈 것인지 직업교육을 받을 건지를 선택하게 된다. 물론 이 선택은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바꿀 수도 있다. 교육시스템은 어느 쪽을 선택한 학생이든 재능과 적성을 찾을 때까지 지원하고 있다.

대학에 가기 싫은 아이들이 직업교육을 받고자 하면 먼저 직업준비학교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직업에 대한 실무현장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직업준비학교를 졸업하면 임시 취업이 가능하고 직업학교에 진학해 월급을 받아가면서 전문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이후 정식 취업 후에도 기업은 마이스터 과정을 지원한다. 기술 분야의 직업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무직이나 이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학교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크다.

이러다 보니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6%로 OECD 평균인 56%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독일은 유럽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이면서 기술자의 실력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취재 중에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세계 기계제품 중 일반적인 것은 대부분 일본제품이다. 복사기나 인쇄기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밀을 요하는 등 극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은 다 독일제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1.5%로 OECD뿐 아니라 세계에서 최고다. 사립대학교 숫자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입시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우리의 학교 현실이다. 그러나 입시 능력 제고마저도 학원에 밀리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해마다 바뀌는 입시제도와 학교 운영방침들은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면서도 높은 진학률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억지로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로 진학하게 되고 대학에 가서도 적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함으로써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되풀이되는 악순환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의 개인적 특성과 진로에 대한 준비를 시켜주지 못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학교마다 창의성 교육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지만 어디에서도 학생 개인에 대한 1대 1 맞춤식 진로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중ㆍ고등학교에서 공부 외의 관심을 가지면 문제아로 치부되고 심지어는 교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기도 한다. 일반고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국ㆍ영ㆍ수 수업에 낙오되기 시작하면 그대로 흥미를 잃고 나아가 공부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도 인문계 고등학교 외에 기술계나 애니메이션, 미용, 조리 등 특성화 학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대도시나 지방의 주요 도시에만 존재할 뿐 여타 지역에서는 보내고 싶어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인문계를 거부할 때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받는 편견이 학생들을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

기술 독일을 떠받치고 있는 독일 엔지니어 중에서 대학 졸업자는 30% 정도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교는 저커버그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수업 중에 컴퓨터 게임기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쫓겨나야 하는 현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기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중ㆍ고등학교 6년을 허송세월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이 소란을 피우는 것보다 낫다고 방치되는 학교, 특기와 취미활동은 학예발표회 때의 이벤트로 끝내는 학교, 탈선학생들의 징계로 실업계학교 전학을 종용하는 교육계 관행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교육은 전문지식을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수능 이후 고등학교마다 시간 때우기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많은 교육관계자들이여, 지금의 교육 관행이 창의성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말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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