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따뜻한 삶을 기원합니다
오피니언

따뜻한 삶을 기원합니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410호 입력 2011/12/27 09:25 수정 2011.12.27 08:52



 
 
정치란 국민을 어루만지는 것
장밋빛 청사진 선전보다
서민들 기 살게 해 주는
따뜻한 정책 필요한 시기


K형, 또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연초에 계획하고 실천을 다짐했던 몇 가지 신조를 떠올려 봅니다. 아쉽게도 만족할 만 한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반복되는 후회와 염치겠지요. 그러면서 또 내년을 기약하곤 합니다. 내년이라고 그 결말이 스스로 충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올해 벽두에 지녔던 소망 가운데 하나는 소통이었습니다. 세대간, 계층간의 벽을 허물어 살 만 한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정치권에도 그걸 요구했습니다. 똑같이 시민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됐지만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서로 방향을 달리하는 입장 아닙니까. 단체장은 지역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공직자의 기강을 세워 시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이끌어가는 역할이라면, 의원들은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고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견제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이런 상호작용은 대체적으로 서로 충돌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설득으로 정책을 이해시키는 것은 단체장의 몫이요,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의 파급효과를 따지는 것은 의회의 할 일입니다. 소통이 필요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또 하나의 소망은 따뜻한 삶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절대적인 빈곤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빈곤을 느껴 왔습니다. 386세대나 베이비 붐 세대의 어린 시절인 6~70년대에는 이웃들이 대부분 어렵게 살던 때라 못 먹고 못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궁핍하다는 그 자체가 억울하거나 슬프지 않았지요. 오히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시절이라 인정이 넘치고 화목했더랬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라 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이나 재벌 위주의 정책에서 비롯된 졸부들과 세습 재벌 2세들이 흥청망청하면서 물질만능의 병폐가 쌓여 왔습니다. 계층 간 위화감은 갈수록 커지고 종내는 좌우이념논쟁보다 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야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중산층 개념이 상실되고 이제 너도나도 서민이라는 자기비하적 평가가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예부터 왕의 치적은 백성이 얼마나 배불리고 따뜻하게 사느냐로 귀결되었다고 봅니다. 풍년은 임금의 덕에서 온다고도 했지요. 일반 백성들이 먹고살 만 하다고 느낀다면 더 이상의 성군은 없다는 것이지요.

4년 전 MB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도 오로지 국민들을 잘 살게 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가장 컸던 것 아닙니까. 의혹의 대상이 되는 의심스런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경제대통령으로서 역할만 잘 해 준다면 다른 건 문제삼지 않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오히려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강부자’라는 별명을 얻고 측근 위주의 인사정책으로 ‘고소영 인사’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데 막판에는 측근 비리마저 터져 나오니 민심이 폭발할 수밖에 더 있습니까.

K형, 지방정치라고 이에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지방자치제도의 취지가 무엇입니까. 자신이 속한 고장의 미래를 건설하는데 직접 참여해 우리가 낸 세금으로 보다 잘 살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는 것 아닙니까. 시민의 혈세를 녹으로 받는 공직자들은 그 댓가로 시민들의 삶의 질과 소득 향상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질서가 공정해야만 합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에서 출발합니다. 정치인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공신에게 특혜를 주거나 사업의 편의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반대로 공신들 스스로 그런 영향력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오히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전임 시장의 비참한 말로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역에서도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선거꾼들은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흐름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20년 넘게 지방선거를 치르다보니 편 가르기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지만 총선 주자들이 많다보니 이들 정치꾼들이 필요악이 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그래도 선거를 치러본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도시 미래의 비전이나 시민들의 아픈 곳을 치유해 주는 공약은 나중 문제고 우선 지지세를 늘려줄 표밭이 필요한 거죠.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또 불쌍한 것은 시민들입니다.

K형, 제가 시민들의 따뜻한 삶이 소망인 까닭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내년에는 이런 넋두리를 하지 않아도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때는 제가 한 잔 사지요.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