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주최하고,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후원한 ‘기획취재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지난 21일 중부동 더파티 뷔페에서 열렸다. ⓒ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연합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명관 본사 대표의 ‘기획기사의 변화와 향후 방향’, 김중걸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기획기사, 고품격 기사의 산실’이라는 발제와 배창일 거제신문 기자의 ‘경남도 신발위 지원 기획취재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 박종일 진안신문 편집 부국장의 ‘기획취재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향’, 홍성현 본사 기자의 ‘양산시민신문 사례를 통해 본 기획기사의 성과와 문제점’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역신문에서 기획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기획기사 소재의 다양성 확보와 기자의 자질 향상, 취재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탐사보도 등 심층 취재기법 추구
먼저 발제에 나선 김명관 본사 대표는 “부산ㆍ경남지역의 지면 분석 조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대상사인 부산일보, 국제신문, 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양산시민신문 모두 기획기사와 심층기사의 비율이 높아졌으며, 지면도 다양화됐는데, 특히 주간신문인 본사의 경우 기획기사 면이 기금 지원 이전 3.2%에서 지원 이후 8.2%로 2배 이상 늘어났다”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획취재 지원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취재 내용을 분석해보면 지역개발과 역사ㆍ문화, 환경, 지방자치, 선거 등에 치중돼 있고, 노인이나 여성, 장애인, 어린이,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나 언론, 기자 자신에 대한 주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깊이 있는 탐사보도 등 심층적 취재기법과 주제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며, 이에 앞서 기자의 자질 향상과 능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가 요구하는 의제 반영해야
다음 발제자로 나선 김중걸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지역언론발전위원회, 경남도의 지역신문발전지원 조례 등으로 지역신문 지면에는 국내는 고사하고 엄두도 못 내던 해외 기획취재 기사가 연일 게재되는 등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기획취재는 다양한 주제로 사회병리현상을 파헤치고,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건강성을 되찾는 등 고품질 기사의 산실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기자 개인의 생각과 역량에 기초하는 기획취재가 과연 독자들이 요구하는 의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며 “SNS 등을 통해 생활 불편이나 비리 고발 등 독자가 직접 제보해 기자와 함께 기사를 만들어가야 하며, 기획취재에서도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도횟수의 탄력적 운용 필요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기획취재비 정산의 유연성과 각 언론사의 소재 발굴 자율성 확보, 보도횟수의 탄력적 운용 등 기획취재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종일 진안신문 편집 부국장은 “올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요구하는 기획취재 보도횟수가 늘어났는데, 주간신문에서 10회분의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고, 이는 결국 지루함으로 인해 구독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획취재 예산지원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이를 융통성 있게 운용해야 기자가 취재를 다니면서 예산까지 신경 쓰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등 실질적 지원 요구
배창일 거제신문 기자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경우 기획취재를 국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국내에만 한정하는 것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고찰하는 데 있어 좀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질 기회를 사전에 박탈하는 것”이라며 “특히 지역의 민감하고 특수한 사례를 국내취재로만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단순 취재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취재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지원에 좀 더 많은 지원금을 할당하는 것이 보다 좋은 기획취재 기사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양한 사례를 취재해 보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여론을 알아보고 이를 기사로 쓸 수 있도록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유연한 방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제설정 통한 반응 이끌어 내야
홍성현 본사 기자는 최근 보도된 ‘황산잔도 옛길을 걷다’라는 기획기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지역 주간신문이 탐사보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사실상 부족한 상황에서 기획취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지역 이슈와 관련한 다양한 우수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이라며 “기획취재를 통해 지역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획기사의 보도횟수가 늘어나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부분 언론사에서 하반기에 접어들어 1호분의 신문에 2~3개의 기획기사가 몰리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기획기사로 인해 정작 지역의 뉴스를 전달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사업의 계획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자ㆍ기사의 질 높이는 데 노력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연합 대표는 “기획취재와 관련해 거론된 문제는 지역신문의 발전을 위해 곱씹어봐야 하는 문제”라며 “다만 각 언론사 입장에서도 기획기사의 질과 기자의 자질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앞으로 기획취재는 단순한 사례 나열에서 벗어나 탐사보도의 중요성이나 비중이 날로 높아질 것”이라며 “지역 전문가나 정책 입안자 등이 기획취재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기사를 통한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토론회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