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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탄소배출 제로 도시계획과 신재생에너지
대기환경청 설립해 도시계획 방향 설정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410호 입력 2011/12/27 13:45 수정 2011.12.27 01:12
① 찜통 도시에 조성된 바람길 - 독일 슈투트가르트




↑↑ 바람길을 따라 공간이 확보되고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의 부국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중심지 아부다비 도심에서 20km 인근에 조성되고 있는 마스다르 시티는 탄소배출 제로 도시를 꿈꾸고 있다.

7평방킬로미터 면적에 5만명의 인구를 계획하고 있는 마스다르 시티는 220억 달러(약 26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16년 완공예정이다.

마스다르 시티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광(82%)에서 얻고 나머지는 쓰레기에서 얻은 재생에너지(17%)와 풍력발전(1%)을 통해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대중교통수단으로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무인전기자동차가 운영된다. 중앙통제시스템이 자기장 장치가 깔린 지하의 전용도로를 통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게 해준다. 도시 쓰레기는 50%가 재활용되고 33%는 발전소 연료로 사용되며, 나머지는 퇴비로 쓰여 완벽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꿈의 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곳이 오일 강대국인 중동이라고 하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오일머니가 풍성할 때 자원 고갈에 대비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미래지향적인 복안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많은 지자체에서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선정된 양산시민신문과 거제신문, 고성신문, 남해시대, 남해신문, 통영신문 등 6개 신문사가 공동기획취재단을 구성해 유럽의 친환경 저에너지 도시 사례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찜통 도시에 조성된 바람길
   - 독일 슈투트가르트

② 태양과 바람으로 돈을 부르다
   - 독일 프라이부르크
③ 골칫거리 축산폐기물로 에너지 자급
   - 독일 마우엔하임
④ 교통과 환경 모두 해결하는 오토리브
   - 프랑스 파리
⑤ 신재생에너지 사업,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양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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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슈투트가르트는 도심이 거대한 가마솥 모양의 분지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 도시가 만들어질 때는 분지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이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20세기 들어 산업이 발달하면서 대기 오염이라는 심각한 공해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도심의 평균 풍속이 시속 2m에 불과해 대기 온도가 상대적으로 상승하고, 대기오염물질이 도심 상공에 오래 머무르게 됨으로써 시민 주거환경을 저해하게 된 것이다.

슈투트가르트 시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 외곽의 바람을 도시 안으로 흘러들어오게 하는 ‘바람길’ 전략을 고민하게 되었다. 1938년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도시대기환경청을 설립한 시는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건축허가까지 일관된 환경보호정책을 견지하게 된다. 도시대기환경청을 책임지고 있는 울리히 로이터 박사(Dr. Ulrich Reuter)는 “분지형의 도시 지형과 느린 풍속으로 인해 도심 공기정화정책을 강력하게 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70년 이상 된 슈투트가르트 시의 대기정화정책 노하우는 세계적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60만 시민 숨통 틔운 바람길


슈투트가르트 도심으로 흘러드는 바람길은 세 방향이다.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가장 큰 바람길과 왼쪽으로 비스듬히 나 있는 중간 바람길, 그리고 오른쪽 언덕빼기로 빠져나가는 작은 바람길.

이 세 바람길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낮 동안 덥혀지고 오염된 공기를 밀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바람길이 정의된 것은 오랫동안 조사와 연구를 통해 찾아낸 결과물이다.

슈투트가르트 시는 바람길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정책을 펴고 있다. 바람길이 지나가는 통로에는 고층건물은 물론 주거단지, 심지어 키 큰 가로수의 식재도 통제되고 있다. 시는 건축물의 제한뿐 아니라 도심에 가까운 구릉지에 녹지를 보전하는 한편 신규 건축행위도 억제하고 있다.

바람길이 되는 큰길과 작은 공원은 100m 폭을 확보하고 숲 사이 길도 정비해 키 큰 나무를 밀도있게 식재함으로써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모이는 ‘공기 댐’ 역할을 하도록 해 강한 공기의 흐름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실천 결과 시는 1시간마다 1억9천만㎥의 신선한 공기를 도심부로 끌어들이고 도심의 오염된 대기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도시환경지도 만들어 공개


도시대기환경청은 시 전역에 표본측정지점을 설정해 차량과 열기구, 항공기 등을 이용, 대기오염상태를 적외선으로 촬영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는 방향을 체크하고, 때때로 인체에 무해한 가스인 sf6 가스를 살포하여 바람의 방향을 추적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 환경지도, 기후지도를 만들어 도시개발계획의 필수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매 30분마다 풍속과 풍향을 측정해 인터넷에 공개해 시민들도 언제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므로써 시 정책의 추진에 동참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외압으로 정책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로이터 박사는 “항상 도시환경청에서 조언하는 방향으로 도시개발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정치권의 영향이나 경제적 논리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최소한의 타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벤츠사의 건물 신축계획을 반대했지만 허가를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건축물의 높이를 조정하고 녹지대를 확대하는 등 나름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회상했다.


도심공원 연결로 생태호흡


바람길로 도시의 숨통을 틔운 슈투트가르트 시는 도시의 허파라 할 수 있는 녹지의 비율을 높이는 데 노력하게 된다.

그린 유(Green U)라 불리는 도심공원들은 시내 중심을 유 자형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도심 고온현상에 대비하여 대기온도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들 공원은 1350년 성(城)에 딸린 정원으로 처음 등장했던 궁정정원(Schlossgarten)에서 시작돼 훼펜공원까지 10km 이상 이어진다. 근대식 공원들은 네카르 강까지 이어지면서 중앙역과 주립극장, 주의회 건물, 천문관 등을 품고 있다.

분지의 특성상 도시의 대기오염물질이 분지 안의 시가지에 계속 축적되기만 하고 잘 빠져나가지 못한데다 지난 1982년 기온 역전현상으로 10일 동안 스모그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산림, 녹지대 조성으로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나무는 광합성과 호흡을 통해 밤이 되면 차가운 산소를 내뿜기 때문에 숲의 공기는 시가지보다 5℃~ 9℃가량 낮다. 따라서 차갑고 무거운 숲의 공기가 밤마다 계곡을 타고 내려와 시가지의 덥고 오염된 공기를 밀어 올리면서 대기 오염물질을 도시 바깥쪽으로 몰아내는 것이다.


전차 선로 바닥에도 잔디 심어


도심 밀집지역의 대기 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는 하늘공원이라는 녹색지붕 조성사업을 펼쳤다. 관공서는 물론이고 많은 사유 건물 옥상에도 잔디며 키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한낮의 열기를 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시내를 관통하는 전차의 레일 아래에도 자갈 대신 잔디를 심어 지열을 흡수시키고 있다. 현재 전체 선로 230km 중에서 40km가 조성돼 있다.

로이터 박사는 “기존 자갈이 깔린 선로를 뜯어내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재 새로 조성되는 전차 선로에만 녹지대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년 전부터 앞선 발상과 인식전환으로 ‘개발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고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철저한 도시계획은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

슈투트가르트로 이동하는 도중 마임~도나우운하를 건너는 차 안에서 통역을 맡은 고덕주 씨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마임~도나우운하는 쓸모없는 실패한 정책, 환경을 위해하고 국력을 낭비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한반도 4대강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며 이미 실패한 마임~도나우운하를 벤치마킹하는 것에 대해 독일인들은 대단히 의아해 하고 있다”

↑↑ 건물 옥상마다 잔디와 키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 전차 선로 아래에 잔디가 조성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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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슈투트가르트시 환경청 울리히 로이터 박사

“주민 스스로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인식 중요”

 
 
“슈투트가르트가 지금의 쾌적한 도시로 각광 받게 된 것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기관과 주민이 함께 인식하고 공동대처했기 때문입니다”

슈투트가르트시 환경청(City of Stuttgart Office for Environmental Protection) 울리히 로이터 박사(Dr. Ulrich Reuter)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환경오염시설이 들어서려고 할 때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를 통해 반박할 명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데이터베이스와 주민들의 끊임없는 관심, 대안제시가 뒷받침될 때 우리의 소중한 환경은 지켜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박사는 슈투트가르트가 1900년대 초 일찌감치 공업, 산업화 물결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기오염의 정도가 심각해 졌으나 이와 때를 같이해 도시대기환경청을 신설, 체계적인 D/B를 구축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슈투트가르트를 떠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항상 우리 기관에서 원하는 대로 되지만은 않는 게 현실이다”며, “대부분 기피·혐오시설은 정치권과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환경을 보존할 것인가. 개발을 할 것인가는 그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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