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탄소배출 제로 도시계획과 신재생에너지
원전 반대로 시작해 세계적 환경수도로 성장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411호 입력 2012/01/03 11:12 수정 2012.01.03 10:37
② 태양과 바람으로 돈을 부르다 - 독일 프라이부르크



↑↑ 슈바르쯔발트의 산록에 설치된 풍력발전시설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의 부국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중심지 아부다비 도심에서 20km 인근에 조성되고 있는 마스다르 시티는 탄소배출 제로 도시를 꿈꾸고 있다.

7평방킬로미터 면적에 5만명의 인구를 계획하고 있는 마스다르 시티는 220억 달러(약 26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16년 완공예정이다.

마스다르 시티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광(82%)에서 얻고 나머지는 쓰레기에서 얻은 재생에너지(17%)와 풍력발전(1%)을 통해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대중교통수단으로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무인전기자동차가 운영된다. 중앙통제시스템이 자기장 장치가 깔린 지하의 전용도로를 통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게 해준다. 도시 쓰레기는 50%가 재활용되고 33%는 발전소 연료로 사용되며, 나머지는 퇴비로 쓰여 완벽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꿈의 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곳이 오일 강대국인 중동이라고 하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오일머니가 풍성할 때 자원 고갈에 대비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미래지향적인 복안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많은 지자체에서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선정된 양산시민신문과 거제신문, 고성신문, 남해시대, 남해신문, 통영신문 등 6개 신문사가 공동기획취재단을 구성해 유럽의 친환경 저에너지 도시 사례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찜통 도시에 조성된 바람길
   - 독일 슈투트가르트
② 태양과 바람으로 돈을 부르다
   - 독일 프라이부르크

③ 골칫거리 축산폐기물로 에너지 자급
   - 독일 마우엔하임
④ 교통과 환경 모두 해결하는 오토리브
   - 프랑스 파리
⑤ 신재생에너지 사업,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양산시

-----------------------------------------------------------------------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에 있는 인구 20만의 아름다운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우리 양산시가 여러 가지 면에서 모델로 삼을 만 하다. 라인강을 끼고 있으면서 흑림이라 불리는 슈바르츠발트의 서쪽 기슭에 위치해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한편 그린시티(Green City)와 태양의 도시(Solar Region)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초 이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맞서 시민들이 반대운동을 전개하면서 친환경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새로 결성된 민간환경단체들은 시의회와 협력하여 프라이부르크를 선진적인 환경정책의 전시장으로 만들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은 그린피스(Greenpeace) 등 세계적인 환경운동과 독일 환경운동의 모체 역할을 했다.


자가발전에 대한 전폭 지원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은 크게 에너지와 교통정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친환경에너지 정책은 프라이부르크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 원동력이 된다. 시정부는 필요한 에너지의 20% 이상을 태양에너지와 바이오가스, 수력, 풍력, 지열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는 시민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시는 태양에너지 이용과 자가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반 가정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 태양광발전 시설을 갖추면 보조금이나 저리융자가 제공된다. 생산된 에너지 가운데 자체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도 갖췄다. 시민들은 당국의 이런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헬리오트롭(Heliotrope)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집열판이 해를 따라 360도 회전하는 주거용 건물로 직접 주택에서 쓰는 전기의 5배가 넘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의 상징이기도 한 중앙역 솔라타워는 높이 60m의 건물 외벽에 거대한 집열판을 부착하고 있다. 프랑스와 접경지대인 보봉(Vauban)지구에는 2차대전이 끝난 뒤 연합군이 주둔하다 떠난 지역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거의 모든 주거시설에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해 태양마을로 불리고 있다.


에너지 저소비 정책도 병행


프라이부르크를 상징하는 이런 곳들 외에도 시민들은 주택을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발상전환을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1992년 프라이부르크 시의회는 공공청사와 시유지를 임대하거나 매수하여 짓는 모든 건축물에 대해 단열재를 확충하고 태양광을 활용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설계를 의무화했다.

프라이부르크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면서 이와 관련된 국제기구와 기업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가장 상징적인 예로 미국의 피닉스에 있던 국제태양에너지협회가 본부를 프라이부르크로 옮겨 왔으며, 유럽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관련 기구인 ‘유로솔라’와 신재생에너지 연구기관인 ‘프라우엔 호퍼’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매년 이곳에서 개최되는 태양에너지 박람회는 태양의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풍력발전설비에 주민 참여


프라이부르크에 태양광에너지시스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풍력 발전 또한 도시의 중요한 친환경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독일의 허파라고 일컫는 슈바르쯔발트는 울창한 삼림지대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흑림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곳에 산재해 있는 풍력발전 시스템은 대부분 시민들이 주주로 참여한 사업체에서 설치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가 국민들 누구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전체에서 풍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력량은 32만㎿(1㎿는 1천㎾. 편집자 주)로, 풍력발전에 종사하는 인력만 해도 10만여명에 달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흑림지대 해발 500m에 위치한 풍력발전소는 126명의 시민주주들이 합자해 1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 200만유로(우리 돈으로 약 36억원)를 투자했는데 이중 1/3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은행융자로 마련했다고 한다.

이 발전소에서는 연평균 330만㎾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 생산전력량은 1천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10년간 생산한 누적전력량은 2만8천879㎿에 이른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투자가치 있다


풍력발전소를 통해 독일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총 전력의 65%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풍력발전소의 미래투자가치는 엄청나다. 시민주주들이 풍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한 전기는 전기회사에 판매되고 있다. 2007년의 경우 600만㎾이상의 전력이 생산돼 투자액의 10%를 이미 벌어들였을 정도다. 평균 20년이 되면 투자액의 250~300%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시민주주들은 내다보고 있다.

↑↑ 태양을 따라 집열판이 회전하는 주택 헬리오트롭(Heliotrope)

↑↑ 태양광발전설비를 한 보봉지구의 연립주택단지.


----------------------------------------------------------------

[Interview]
“정부지원 없이 만든 신재생에너지마을”


프라이부르크 혁신아카데미
에르하르트 슐츠 (Erhard  Schulz) 이사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1975년부터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설치 정책에 반대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해 왔다. 힘든 과정을 거쳐 에너지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프라이부르크 혁신아카데미 (Innovation Academy e.V.) 이사로 있는 에르하르트 슐츠 씨는 프라이부르크가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 대해 시민들의 호응이 컸다고 말한다.

이런 시민들의 협조와 동참에 힘입어 프라이부르크시는 2030년까지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교체할 계획이다.

슐츠 이사는 “프라이안트의 경우 지붕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이, 아래에는 바이오 시설이 갖춰져 있다. 150만㎾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규모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따져도 풍력발전만 해도 얼마든지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동주택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유리로 이중 단열처리를 하고 있다. 단열효과를 높이면서 전력소비를 60%대로 낮추고 있다. 지붕에서 생산되는 온수는 난방에 필요한 온수의 25%를 감당해 낼 수 있고, 전력생산의 13%를 감당한다”고 강조했다.

슐츠 씨는 “프라이부르크는 정부의 지원 없이 주민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마을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이 매우 크다”면서 한국은 교육수준이 높아 기술력도 높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에 속도를 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