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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량문학회 편집장이자 이팝 시 동인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명남 씨에게 뜻밖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낯선 전화 한 통이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일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전화기 넘어 들어온 말은 바로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말이었다.
성명남 씨가 2012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했다. 성 씨가 응모한 ‘얼룩진 벽지’가 두 편이 오른 최종심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성 씨는 작품 ‘얼룩진 벽지’에 대해 “독거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며 “누렇게 얼룩져가는 벽지를 보면서 독거노인의 위기감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 상황을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문정희ㆍ최영철ㆍ박남준 시인은 “당선작으로 뽑은 ‘얼룩진 벽지’는 푸른 배추의 싱싱함을 가진 잘 익은 김장김치와 같았다”면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절제의 미학과 따뜻한 응시를 가진 시를 놓고, 심사위원들은 즐겁게 당선작에 올려놓았다”고 평했다.
성 씨의 신춘문예 당선은 두 번째 도전 만에 이룬 쾌거다. 2009년 본격적으로 시를 공부하기 시작해 이듬해 다른 단체에서 주최한 신춘문예에 도전했지만 떨어졌고, 2년 만에 다시 도전한 국제신문 신춘문예에서 당선했다.
이에 대해 성 씨는 “참가자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분이 많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은데, 운이 좋았다”며 “처음에는 고백이나 낙서로 시작했지만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함께 공부하면서 도움을 주는 삽량문학회 식구들과 이팝 시 동인 문우들에게 감사하며, 오랫동안 묵묵히 지켜봐온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성 씨는 “노력하는 시인이 되겠다”며 “새해에도 모든 분들이 시를 읽으며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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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벽지
성명남
독거노인이 사는 벽 귀퉁이에
어린 재규어 한 마리 숨어 산다
우거진 풀숲 사이로 자세를 낮춘
짐승의 매화무늬가 보인 건
열대우림 같은 우기가 시작된 며칠 뒤였다
지직거리는 TV속 동물의 왕국에선
재규어가 강물 속에 꼬리를 담그고
살랑살랑 흔들어 물고기를 잡는다
노인은 자신의 퇴화된 꼬리를 자꾸 만져보다
돌아누우며 TV를 꺼버렸다
그칠 줄 모르고 비가 내렸다
하루가 다르게 짐승의 영역은 확대 되어갔다
영역을 표시하는 그 채취만으로
목덜미를 물린 듯 노인은 불안에 사로잡혔다
짐승이 다 자랐을 때 닥칠지도 모를
치명적 위험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다
점점 몸집을 불린 수컷 재규어가
몸이 근질거릴 때마다 혀로 제 몸을 핥는다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기세다
범람한 강물이 골목을 덮쳤을 때
노인의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맹수가 펄쩍 뛰어내렸다
순식간에 평원을 가로질러 노인을 물고 사라졌다
도배장이가 벽지를 쫙 뜯어내자
그 속에 무성한 열대밀림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