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여성천하’의 허(虛)와 실(實)..
오피니언

‘여성천하’의 허(虛)와 실(實)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415호 입력 2012/02/07 10:37 수정 2012.02.07 09:43



 
 
여성친화도시 정착 위해선
일회성 선심성 사업보다
여성의 사회적 긍지 높이고
평등한 지위 누리도록 해야


양산은 여성친화도시다. 친화(親和)의 사전적 의미는 ‘사이좋게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도시의 기능과 역할이 여성과 잘 어울리도록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미 여성가족부 산하의 공립기관인 양성평등교육원 남부센터를 하북면 예술인촌에 유치할 때부터 알아봤다. 특히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역에 내려올 때나 서울에 지역사람들을 초청할 때도 빠짐없이 여성지도자들을 챙겨왔다. 덩달아 양산시도 여성천하라는 말이 나올 만큼 노력을 기울이더니 경남도에서는 김해시와 함께 유이하게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양산시는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사업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성친화도시 선포식에서 나동연 시장은 “양산시가 추구하는 여성친화도시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시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모두의 행복을 지향하는 미래비전”이라고 정의하고 성평등 정책기반 강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6대 영역에서 51개 사업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개소와 여성리더포럼 개최, 여성정책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여성친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친화, 나아가서 양성평등을 위한 실체적 의식전환의 저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용주차장에 여성전용주차공간을 설정한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 취급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리어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까지 나왔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불필요하게 도색비용만 날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남부동 전통시장 이용 여성을 위한답시고 시장과는 떨어진 시유지에 수유 등을 위한 여성쉼터를 설치하겠다는 정책도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장 건물 안에서 필요한 공간을 확보해 만들어야지 누가 시장 보러 왔다가 큰길 건너 골목안에 있는 휴게실을 이용하겠느냐 하는 지적이다.

2월 1일자로 발표된 시청 공무원 인사 뒤끝도 시끄러웠다. 총무부서의 중요직위 공모에 여성인 A담당과 남성인 B담당이 경합해 A담당이 동료직원평가에서 상당한 차이로 B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는데 정작 B가 발탁됐다. 인사가 발표된 후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여성천하’를 비웃는 항의성 글이 속속 올라왔다. 여성이란 것이 오히려 불리한 자격으로 치부된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의 목소리는 대부분 여성공무원 쪽에서 나온 것 같다. 물론 B의 업무능력이나 자질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관련 법규나 지침에서 인사권자의 재량이 인정되는 것이니 B의 기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여성친화도시라고 하니까 불만을 터뜨릴 여지가 있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성의 정체성을 이유로 불리한 처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여성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시의 직제와 정원을 살펴보면, 고위직인 3, 4급의 부시장과 국장, 사업소장 아래에 실무책임자라 할 수 있는 5급 사무관이 보임하는 과장급이 약 33명, 읍ㆍ면ㆍ동장이 13명 있다. 이들을 관리자 그룹으로 본다면 55개의 자리가 있는데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4급 이상은 한 명도 없다.

최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 이ㆍ통장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시도 245명의 이ㆍ통장 가운데 22%에 달하는 53명이 여성이다. 국내 정치판에 여성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주요 3개 정당의 실질적인 대표는 모두 여성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그만큼 향상된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지 않다.

2013년도부터 기초지방자치단체에까지 성인지(性認知)예산제도가 도입된다. 성인지예산제도란 예산의 편성과 집행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차별없이 평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여성친화도시에 선정된 우리 시로서도 생각할 게 많다. 여성에 대한 특혜라 할 수 있는 일회성 또는 선심성 정책을 개발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진정으로 여성의 사회적 긍지를 높이고, 차별받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확보하고, 소속된 단체에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여성 스스로도 사회적 정체성을 확보할 때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면서도 남성들의 들러리 역할을 묵인해서는 안된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에 입각한 제몫 다하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여성천하’라는 희화적(戱畵的)인 표현 보다는 차별없는 상대방으로 인식하는 성숙한 사회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겠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