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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어긋난 황산잔도 복원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명품 산책로라더니 아스팔트 자전거길?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416호 입력 2012/02/14 10:19 수정 2012.02.17 11:34
너비 3m 포장 도로 개설… ‘걷고 싶은 오솔길’ 취지 무색

예산 아끼려다 국토해양부의 4대강 정비사업 일부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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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대표 관광자원 개발
“옛길 복원 기대했지만…”


‘황산잔도 복원’이 아니라 ‘낙동강 자전거도로 개설’로 사업 명칭을 바꿔 불러야 할 판이다. 시가 영남대로의 3대 잔도 가운데 하나인 황산잔도(黃山棧道)를 복원하겠다며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황산강 베랑길 복원사업’이 옛길 복원을 통한 명품 산책로 조성이라는 애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 415호. 2012년 2월 7일자>

시는 지난해 4월 물금취수장에서 원동취수장까지 1.9km 구간의 황산잔도 복원 계획을 밝히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황산잔도 복원은 양산의 문화와 역사의 현장을 복원하는 것으로 그간 지역주민과 향토학자들 사이에서 복원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하며 “낙동강 절경과 양산의 문화를 느끼며 (벼랑에 나무를 선반처럼 내매어 만든 잔도라는) 독특한 지리적 형태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 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지원으로 추진하게 된 이 사업은 2m 너비의 보행과 자전거 통행용 오솔길을 만드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황산잔도 복원 계획이 발표되자 한 지역사회단체는 이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어 황산잔도를 주제로 낙후된 물금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타운 조성방안을 논의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잔도’라는 역사성ㆍ특수성
 아스팔트 포장에 덮일 우려


하지만 현재 시가 추진 중인 황산잔도 복원 사업은 이와 같은 애초 내용과 거리가 멀다. 지역적, 지형적 특색을 갖춘 오솔길이 아닌 아스팔트 포장 도로 형태다. 여기에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가운데 양산구간 일부가 황산잔도 복원 구간과 겹치면서 사실상 자전거도로를 개설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시에 따르면 황산잔도 복원 사업의 시작 지점인 물금취수장에서부서 시작하는 150여m 구간(나무데크)과 끝 지점인 원동취수장에서부터 750여m 구간(아스팔트 포장)은 시가 3월 말까지 조성하고, 가운데 1km 구간(아스팔트 포장)은 국토해양부가 6월 말까지 조성한다. 결국 두 사업이 끝나면 아스팔트로 포장된 너비 3m의 자전거도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해 통도사와 함께 양산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을 양산시 스스로 망쳐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스팔트 포장된 자전거도로가 개설되면 황산잔도 복원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역사성과 특수성이 한 번에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베랑길을 홍수위 이상으로 개설해야 하고, 주변 철도시설에도 최대한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하며, 지형적 특징으로 도로 개설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자전거도로로 개설되더라도 주변 경치와 문화ㆍ역사시설 등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산역 일아정 복원 발표
역사적 고증 없는 즉흥행정


한편, 황산잔도 복원을 통한 관광자원화 사업이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8일 물금서부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의 하나로 일아정 묘소(물금읍 692번지) 일원을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조선시대 역원인 황산역 부속건물인 일아정(日  亭)을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보상계획을 통지했으며, 올해 토지를  매입한 뒤 문화재 시굴조사 등을 거쳐 착공할 예정이다. 일아정은 황산역 10동의 관청건물과 2동의 정자 가운데 하나로 1650년(조선 효종 1년)에 건립됐으며 황산역사 뒤에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한 시청 도시개발과는 일아정을 복원해 황산잔도 복원사업과 연계한 지역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황산잔도 복원사업을 기획한 부서인 기획예산담당관과 사업 추진 부서인 건설방재과와 이렇다 할 논의가 없었다. 게다가 역사적 고증이나 지역 사학계의 자문 없이 소공원에 속한 일반적인 8각정 형태로 복원할 예정이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황산역을 복원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해 그 부속건물 가운데 하나인 일아정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현재로서는 문헌 자료가 희박해 옛 모습대로 복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스터플랜 없는 관광자원화 계획
부서별 제 사업 챙기기만 ‘급급’


황산잔도 복원을 중심으로 한 관광자원화에 대한 의견은 민간차원에서 먼저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황산잔도 둘레길(베랑길) 관광 활성화 토론회’에서 황산역 복원을 통한 역(驛)사 박물관을 건립하고, 물금나루를 복원해 황산잔도 복원에 따른 물금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타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원동 매화 달빛 기행 등 농촌지역과 연계한 농촌체험관광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시는 황산잔도와 관련한 종합관광계획이 없는 상태다. 처음 황산잔도 복원 계획을 세운 기획예산담당관은 황산잔도 복원 자체에 대한 기획을 했고, 건설방재과는 해당 계획을 이어받아 그대로 수행만 하고 있다. 여기에 국토해양부는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전거도로를 계획해 도로과와 협의를 마쳤다. 또 도시개발과는 물금서부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일아정 복원을 끼워 넣었고, 관광자원 발굴과 개발추진방향을 기획ㆍ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문화관광과는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부서별로 각자의 업무만 추진하면서 근시안적인 계획만 쏟아내 황산잔도 복원이라는 좋은 아이템을 발굴하고서도 구체적인 관광자원화 방안 없이 뜬구름 잡는 계획과 막연한 전망만 내놓고 있다.

더욱이 애초 10억원으로 착공해 추후 예산 추가 확보를 통한 연차 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예산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국토해양부의 예산을 활용한 자전거도로와 연계하면서 시가 양산 대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겠다며 시작한 황산잔도 복원 사업이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의 일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18세기 중엽에 제작된 해동지도에 표시된 황산역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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