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부터 시작해 대한제국과 일제의 식민통치, 6.25전쟁을 거치면서 우리의 상례(喪禮) 문화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국적불명 혼돈의 예(禮)가 치러지고 있는 것이죠. 지방마다 가정마다 다른 상례에 대한 이론적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양산을 기반으로 전국에 지점을 두고 있는 상조회사 조은이웃(주) 이창진 대표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교철학ㆍ예악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최근 ‘유교 상례의 사상적 특성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논문은 기존에 있던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유교 상례의 개념과 연원, 구체적인 의식절차와 의미를 비롯해 상례의 종교성과 윤리성, 철학성, 사회적 기능 등에 대한 사상적 특성을 고찰하고 있다.
지역ㆍ가정마다
다른 상례 절차 정립 필요성
이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상례라고 하면 유교 상례를 뜻하는 말인데, 조선조는 ‘상례비요(喪禮備要)’나 ‘가례집람(家禮輯覽)’ 등 예서가 편찬되는 등 예학이 가장 꽃 피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조선 후기 반상(班常)이 무너지고 누구나 다 양반이 되면서 집안과 지방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절차와 예법이 다른 ‘가가례(家家禮)’라고 해서 예가 무너지고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는 격동의 근대 시기를 보내면서 더욱 굳어졌다.
바로 이 점이 이 대표가 유교철학과 예악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에 ‘상조업’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도 전인 1992년 조은이웃(당시 양산상조개발)을 창립ㆍ운영해왔는데, 지역마다 가정마다 절차와 방식이 달라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이 대표는 2000년 성균관대에 입학해 2003년 유교경전 전공으로 석사 학위, 2005년 유교철학ㆍ예악학을 전공했고, 2011년 12월 박사 논문이 통과되면서 11여년의 공부 끝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번 박사 학위 취득으로 이 대표는 상례에 관한 이론과 실무경험을 두루 갖춘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전문가로 인정받게 됐다.
이 대표는 “상조업을 운영한 지난 20여년 동안 전국에서 직ㆍ간접적으로 진행한 상례가 수만건에 이를 정도로 누구보다 다양한 실무경험이 있다”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학문적 지식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예, 특히 상례분야에 대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다”고 말했다.
시작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공부할 것
이 대표는 이어 “지난 11여년간 서울까지 비행기와 KTX를 타고 다니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들어갈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공부를 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일 것”이라며 “그만큼 시간과 정성, 비용을 들여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옛 선비들은 그날 배운 것을 백 번 읽어서 외고, 한 달을 배우고 나면 그것을 또 백 번 욀 정도로 완전한 자기 것을 만들었는데, 그런 점에서 아직 ‘박사’라고 하기에 부끄럽고, 유교경전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면서 끊임없이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현재 성균관 전의, 성균관 전례연구위원, 성균관 석전보존회 이사, 유교학술원 이사, 유교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전통 문화의 연구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