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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지방자치의 돈줄과 명줄
오피니언

지방자치의 돈줄과 명줄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420호 입력 2012/03/13 14:18 수정 2012.03.13 02:20



 
 
지자체 발전 가로막는
정당공천제와 재정의존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고
정치쇄신 약속 후보 찍을 것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열기가 고조되면서 시ㆍ도의원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제각기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 진영에서 지지세력을 규합해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이 이처럼 국회의원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발을 담그는 동안 시민들은 잠시 뒷전으로 밀린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지방정치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진정한 지방자치는 아직도 요원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도와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열악한 지방재정 두 가지다.
지난달 초 새누리당은 정당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이전부터 지방에서 이에 관한 요구가 지속돼왔지만 새누리당의 정치쇄신 방안 검토 발표가 있자 전국의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즉각적인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남도내에서도 진주시의정동우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각 정당에 대하여 공천개혁과 정치쇄신을 주장하며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정당에서 공천권을 갖는 것은 일견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결하면서 종내에는 국민을 편하게 해 주는 정치를 목표로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 폐해가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당공천제도를 이용하여 지방정치인을 국회의원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이 나라의 정치인이 문제인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지방정치에 진출하고자 하는 예비정치인은 지역 국회의원에 줄을 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관계없이 정권과 지역정서에 부합하는 정당의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도에 의해 갈라진 땅덩어리처럼 지역색이 만연한 풍토에서 공천권자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한 지방정치인은 국민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발걸음을 좇을 뿐이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내려오면 현역 지방 의원이 공항에서부터 밀착 수행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헌금 문제가 법정에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당공천제만이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국회의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살림을 꾸려 나갈 수 없도록 근본적으로 잘못된 재정구조에 기인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의 87%가 재정자립도 50%에 미치지 못하는 걸로 나타났다. 부산시 산하 거의 모든 자치구들이 자체수입만으로는 소속 공무원들에게 봉급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해 양산시 재정자립도는 40.6%를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중앙정부에 수입을 의존하는 경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 국회의원이 영향력이 클수록 정부 예산 지원을 받기에 유리하다는 논리가 탄생한다. 여당이면 더욱더 목소리가 커진다. 지자체 단체장은 개발공약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더 국회의원에게 매달리고 있다. 공천권과 돈줄까지 움켜쥔 국회의원들의 위상은 이렇듯 공룡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제라도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제한하는 수준이 아니라 모든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는 용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질문을 받을 때에는 하나같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지지하는 답변을 하면서도 막상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 것은 치사한 ‘밥 그릇 챙기기’에 다름 아니다.

오는 4.11 총선에 나선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는 의사표시로 이 문제에 확고한 입장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국회의원도 국민의 심부름꾼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디에 가서 역할을 하는가가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권위나 실리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발전과 지방자치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심사숙고 해야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와 함께 건전한 지방재정의 토대가 마련될 때 지방자치제도의 완성이 가능하다. 이 점은 언제라도 지방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질책과 소환이 가능해지면서 책임있는 정치활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제 여야의 대표선수들이 정해진 만큼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그들의 공약과 정치적 소신을 단단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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