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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김아무개 씨(36)의 아버지는 위암으로 A병원에서 1년여 간 치료를 받았다. 처음 병원에 왔을 당시 위암2기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으나 환자는 위암 말기에 이르렀고, 병원은 ‘3개월 시한부’를 선고했다. 그래도 자식 된 마음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던 김 씨는 근처 ‘동남권 원자력 의학원 암센터’를 찾았다. 암 전문 치료시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환자는 암센터에서 1주일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환자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김 씨 가족은 구급차를 통해 환자를 집으로 모셨다. 하지만 집으로 가던 도중 환자의 상태는 갑자기 악화됐고, 급히 구급차를 A병원으로 돌렸다. 그런데 병원측이 환자의 입원을 거부했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병원 측은 2가지를 이유로 입원 거부했다고 한다. 병실이 없다는 것과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김 씨 입장에서는 1년 넘게 이곳에서 치료를 받아왔는데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잠시 했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당직 의사와 고성이 오갔다. 나중에 다른 보호자가 병원측과 협의해 환자를 입원시켰지만 환자는 3일 후 사망했다.
#사례 2
B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박혜진(가명) 씨.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껴 다시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박 씨의 몸 안에 수술 당시 사용된 도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삽입돼 있었던 것이다. 의료사고인 셈이다. 박 씨의 몸 안에서 수술도구가 발견되자 병원 측은 즉각 환자와 ‘합의’를 시도했다. 박 씨는 물론 그의 가족 모두에 대해 평생 VIP 대우를 하기로 하고 대신 이 일을 외부로 알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례 3
작업 도중 선반에서 떨어진 물건에 머리를 크게 다친 이아무개 씨. 동료 직원과 근처 C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응급실은 바빠 보이지 않았다. 동료 직원은 급하게 의사를 찾아 이 씨의 치료를 부탁했으나 담당의사는 “접수부터 하고 오세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물론 동료직원은 화가 났다. 병원 입장에서 접수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피를 흘리는 응급환자에 대해 최소한의 지혈조치조차 없이 ‘접수’부터 요구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것. 결국 동료 직원이 접수를 마치고 나서야 이 씨는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사례는 많았다. 환자들을 위해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병원들의 말은 현장에서 실천되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환자에 비해 부족한 의료인력, 경중을 가리기 힘든 환자들 속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가져달라는 게 환자와 보호자들의 주문이다.
이에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들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의료 인력과 시설, 예산 등의 한계로 100퍼센트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관계자는 “우리 병원의 경우 고객지원센터를 따로 마련해 환자 및 가족들의 불편, 불만사항을 항상 접수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불만 내용을 분석해 회의를 열기도 하는 등 항상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알아 달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 내 한 병원의 경우 부족한 예산과 고정된 인력정원으로 시설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1천600개의 병실을 만들어 놓았지만 실제 900석밖에 운영하지 못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지만 의료 인력이 부족해 병상도 열지 못하고 있는데다 응급실의 경우 하루에 평균 8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아직은 제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예우’를 요구하는 환자 측과 현실적으로 환자들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병원 측의 입장을 비교해 보면 의료서비스 선진화의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