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좋은 점이요? 무엇보다 운동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죠. 운동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은 거죠”
김동엽(57), 김기난(28) 씨는 부녀지간이다. 일주일에 2~3차례 함께 운동한다. 다정한 부녀의 모습은 함께 운동을 즐기는 동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 씨 부녀가 함께 탁구를 즐기기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
아버지 동엽 씨는 1977년까지 탁구선수로 활동했다. 군 입대를 계기로 선수생활을 은퇴했고, 자연스레 탁구와도 멀어졌다. 전역 후 시작한 직장생활은 하루하루를 바쁘게 만들었고 탁구에 대한 기억은 지워져 갔다.
그랬던 동엽 씨가 다시 탁구채를 잡은 것은 건강이 나빠지면서부터다. 조경 일을 하는 동엽 씨에게 고혈압과 당뇨가 찾아왔고, 동엽 씨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당연하다는 듯 탁구장을 찾았다.
딸 기난 씨가 탁구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동엽 씨의 역할이 컸다. 기난 씨가 다닌 초등학교 탁구부 코치가 동엽 씨의 친구였던 것. 아버지가 왕년의 탁구선수고, 아버지의 친구가 탁구부 코치로 있는 상황. 기난 씨와 탁구의 만남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탁구의 매력은 접근성이죠. 대단한 장비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좁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죠. 게다가 운동량도 적지 않아 생활 스포츠로는 정말 제격인 운동입니다”
두 부녀에게 탁구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 호흡하며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트(Net)를 사이에 두고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때론 ‘복식’으로 함께 힘을 모으기도 한다. 탁구공을 주고 받는 동안 ‘교감’이란 소리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운동을 하는 동안 소리 없이 ‘교감’ 했다면, 운동이 끝나면 소주 한 잔을 통해 ‘소통’한다. 이렇다 보니 가족 간 대화 단절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얘기도 그저 남들의 일일 뿐이다. 아버지의 건강, 딸아이의 장래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운동 중에도, 운동 후에도 이어진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게 ‘가족 탁구’의 묘미다.
동엽 씨는 지인들에게 항상 탁구를 권한다. 하지만 탁구 보다 ‘강추’하고 싶은 것은 바로 가족과 함께하라는 것이다. 탁구를 통해 건강을 찾고, 가족과 함께해서 행복을 찾으란 의미다. 때론 친구 같고, 때론 동료 같은 김 씨 부녀는 오늘도 그렇게 탁구장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