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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돈 안 드는 선거의 시작
오피니언

돈 안 드는 선거의 시작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3/27 10:01 수정 2012.03.27 10:02



 
 
돈선거 행태 이제는 안돼
능력과 정책공약을 보고
후보자 선택해야 한다면
정당은 정강과 노선 살펴봐야

국회의원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너무 조용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두 달 넘어 예비후보 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시민들의 무관심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여야 정당은 정당대로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밑바닥 서민들을 보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으면 민생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국회의원 지역구 조정에 의해 300개에 달하는 의석이 새로운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246개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54석에 대한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되었다. 여야를 대표하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통합진보당과 자유선진당 모두 공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구 공천 갈등은 물론, 법적 취지를 살리지 못한 비례대표 의원 공천으로 변화와 개혁 이미지를 퇴색시켰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의 가장 큰 이슈였던 야권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킨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막판 여론조사경선 과정에서 충돌했다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후보직 사퇴 결정으로 어렵사리 파국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이미 양 당은 몇 차례에 걸친 지역구 후보자 공천과 관련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난 후였다. 모두가 쇄신, 물갈이 공천을 호언했지만 결과는 처음부터 보복 공천, 돌려막기 공천, 제사람 심기 공천 등으로 당 내외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을 뛰쳐나가 새 당을 만들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탈락자들을 달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해야 했다. 당 지도부의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보니 공천 결정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어찌 됐든 국민을 감동시키는 공천은 없었고 그래서 양 당의 공천결과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아주 낮은 점수로 나타났다.

우리 지역에서는 모처럼 잔가지를 모두 쳐낸 깔끔한 대결이 성사됐다. 일곱 명이나 겨뤘던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들이 대부분 결과에 승복하고 후보자를 돕기로 했다. 야권에서도 후보단일화 협상의 정신에 부응해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40대 정치신인들로 구성된 대진표는 신선하기조차 하다. 30대 중반에 선거에 뛰어든 송인배 후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선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련함까지 보이고 있고, 도시브랜드를 전문으로 다루던 행정고시 출신 윤영석 후보는 신인답게 다소 서툴지만 잘 다져진 국가관과 지역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후보가 둘밖에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민사회가 차분하리만치 선거열풍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없으니 선거 특수(特需)도 기대하기 어렵다. 항간에서는 후보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돈은 안 쓰고 후보가 직접 현장을 누비면서 시민들과 1대 1 스킨십을 통해 지지세를 늘려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운동원들에게 필요한 실탄이 조달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전 선거에서는 돈을 많이 썼다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결론을 미리 이야기한다면, 이제 돈을 쓰는 선거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필수적이고 합법적인 비용은 한도 내 지출한 만큼 나중에 국고에서 보전해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던 음성적인 돈거래는 이제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다.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었다. 최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는 돈선거 고발시 본인의 면책과 함께 거액의 보상금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미 경기도 모 지역에서는 선거캠프의 핵심 요인이 자신의 캠프에서 돈 선거가 있었다는 고발을 함에 따라 후보자가 중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후보가 돈 안 쓴다는 불만이 나오면 나올수록 맑은 선거풍토가 만들어지는 것이니 지금 당장 경기를 살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대견해 할 일이다. 많은 돈을 써서 당선된 후보가 재임기간 중에 본전생각이 나서 더 큰 도둑질을 할 거라고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가 바로 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이 아닌가.

이제는 후보자의 경력과 능력을 보고 선택할 때다. 어떤 비전과 정책을 내놓는지 공약을 단단히 들어보고 뽑을 일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입에서 나오는 약속에 대한 신뢰도를 매길 일이다. 또한 후보가 속한 정당의 정강(政綱)과 노선을 잘 살펴보고 지지정당을 선택해야 하겠다.

본사가 준비한 후보자 초청토론회도 바로 그런 판단을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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