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해에 상서로운 구름이 암자 주위를 감돌아 ‘서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서운암은 영축산 자락에 자리 잡은 통도사 암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양지바른 들판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암자의 조화는 불가(佛家)의 여유로움과 자비를 깨닫게 해준다.
따뜻한 봄바람이 넘실거리는 4월, 서운암이 들꽃 세상으로 변한다. 지난 2000년 성파 큰스님을 주축으로 서운암 들꽃회가 만들어져 야생화 1만여그루를 심은 것이 시초가 된 ‘서운암 들꽃축제’는 2002년 처음으로 시작된 이래 올해로 11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오는 28일 오전 10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사람의 꽃, 인연의 꽃’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들꽃 축제에서는 자연을 거닐며, 곳곳에 핀 야생화를 만날 수 있음은 물론 들꽃 사진전과 시화전을 비롯해 전통공연과 차 시연회, 사찰음식 체험도 할 수 있어 사찰이 주는 청정함 속에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금낭화ㆍ조팝나무 등 야생화 향연
서운암 들꽃축제의 주인공은 단연 들꽃이다. 서운암 주변 20만㎡를 뒤덮은 들꽃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100여종으로, 봄에는 금낭화와 할미꽃, 유채꽃, 앵초, 수선화, 조팝나무, 양지꽃 등이 핀다.
특히 이 시기에 가장 눈길을 끄는 꽃은 금낭화(가운데 사진 위)다. 꽃 모양이 마치 여인네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는 주머니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금낭화는 서운암 들꽃축제를 대표하는 야생화로, 40여일 동안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금낭화는 서운암 자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는 꽃말을 가진 꽃답게 청초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또한, 서민적이면서 고귀함을 잃지 않는 작약을 비롯해 붓꽃과 황매화, 민들레, 제비꽃 등 우리에게 친숙한 야생화도 접할 수 있고, 마치 흰 눈이 쏟아진 것처럼 하얀 눈꽃이 핀 조팝나무도 이 시기가 절정이다.
서운암 들꽃축제에서는 각각의 꽃마다 꽃 이름과 꽃말 등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해 들꽃에 지식이 없는 관람객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민족통일 염원, 장경각 도자대장경
서운암 들꽃축제에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이 있다면 서운암 장경각에는 십육만도자대장경이 있다. 장경각에 있는 십육만도자대장경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복원한 것으로 목판 양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과 달리 도자 한 면에만 글을 새길 수 있어 경판 수가 팔만대장경의 두 배가 넘는 16만484장이 됐다.
십육만도자대장경은 20년에 걸친 성파 큰스님의 불사(佛事) 끝에 탄생한 것으로, 팔만대장경이 몽골의 침입을 불심으로 막고자 한 염원 결정체였다면 십육만도자대장경은 민족통일을 이루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
1991년 본격적으로 불사에 착수한 성파 큰스님은 10년에 걸친 대역사 끝에 2000년 9월 도자대장경을 완성했으나 이를 보관할 장경각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에서야 겨우 완공했다. 십육만도자대장경은 지난해 일반에 공개됐으며, 개막식이 열리는 28일에는 신도들이 들꽃 길을 따라 도자대장경을 장경각으로 옮기는 ‘대장경 이운법회’ 모습도 볼 수 있다.
5천여 장독 속 자연식 약된장
서운암 법당 맞은편에는 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5천여개가 넘는 장독(가운데 사진 아래)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장독이 잠을 자고 있다’는 문구가 적인 팻말이 이채롭다.
이는 서운암 약된장을 담근 장독으로, 양산지역 대표 특산물 가운데 하나다. 한약재를 첨가해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서운암 약된장은 선농일치사상을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1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님들의 부식이었던 자연식 약된장을 대중에게 알리고, 사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에 보급하고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