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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배려 필요하다..
오피니언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배려 필요하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4/24 09:37 수정 2012.04.24 09:37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현장
학교부적응, 왕따 문제 심각
한글교육과 학습능력 지도로
미래의 사회문제 미리 줄여야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인종차별적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는 아무리 선거판 후유증임을 감안해도 부끄러운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더구나 얼마 전 재미동포인 김용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로 추대되었다는 소식에 글로벌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우리가 아닌가. 재외동포가 그 나라 고위관료나 정계에 진출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를 볼 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던 우리가 안방에서 타국 출신 국회의원을 인정 못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이중잣대야말로 지구촌을 사는 다양한 계층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사상으로 세계화를 가로막는 비겁한 기준일 뿐이다.

몇 년 전 헐리우드 영화 한 편이 우리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출연한 1993년도 작 <폴링 다운>에서는 이혼당한 아내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받고, 직장에서도 쫓겨난 주인공이 거리를 누비며 분노를 폭발시키는데 불행히도 그의 앞에 나선 악덕 상점 주인으로 한국인이 등장한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90년대 초 미국에서는 동양계 이민자에 대한 악감정이 만연해 있었다. 이민자그룹에서 언어적 한계와 생존을 위한 배타적 방어기제가 작용했던 것에 대한 반발심리였던 것이다. 영화는 사실 고의적으로 한국교민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지만 영화를 본 우리 국민들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타국에서의 교민들의 자존감은 취약하게 출발하였고 충분한 지위와 인정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입장에서의 우리의 태도는 참으로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타국에서 현지인과 다른 피부색을 이유로 구박을 받고 마늘냄새를 피우는 야만인으로 치부되는 수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시아계 이주민들에 대하여 똑같이 대응하고 있음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포용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대두되었다. 결혼이민자와 귀화인의 숫자가 1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 170여명이 초ㆍ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혼인에 따른 이주여성이나 취업을 위해 들어온 외국노동자들은 먼저 우리말과 우리 문화에 대한 적응이 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소통문제에 부딪친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일부는 외모 탓에 주변으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이웃이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음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웅상지역의 한 초등학교의 사례를 보면, 다문화가정 자녀의 왕따 현상은 몇 가지 점에서 자못 심각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취학연령이 되도록 한글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친구 사귀기도 불가능해진다. 스스로 위축되고 소외되면서 왕따로 발전한다. 이들은 상급학교 진학과 사회 진출시 심각한 부적응으로 인해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높다.

최근 들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소통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영산대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문학 강좌를 연중 개설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문화가정 당사자 외에도 그들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와 주변 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문화적 소통을 목적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사)희망웅상에서는 한글교실을 비롯해 자녀의 입학전 선행학습 등을 통해 공동체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 웅상고등학교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 다문화가정 아이들과의 체험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설 때이다. 더 이상 모른 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문화적, 환경적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교육에 뒤처지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이 때 새로운 저해요인이 될 소지가 큰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선도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방정부도 할 일이 많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한글교육과 문화적 차이를 줄이는 강좌를 체계화하고, 자녀들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미 그들은 우리 국민이 되었다.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말이 서툴다 해서 무시하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재외국민들이 얼마나 피땀을 흘려 국위를 선양했는지 안다면 그들을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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