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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던 비는 잠시 그쳤지만 여전히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던 지난 2일. 오후 3시를 넘기면서 양산천변 ‘축구장’에 밤톨만한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얀 유니폼을 입고 양산천 산책로 경사면을 뛰어내려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밝다.
양산리틀야구단. 지난 2008년 창단된 지역 내 유일한 리틀(초등학생)야구단이다. 올해 다섯돌을 맞는 리틀야구단은 짧은 전통이지만 실력은 이미 전국 최강이다. 창단 3년째였던 지난 2010년 제8회 용산구청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A조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 최강팀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열린 구리시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올해만 벌써 3차례에 걸쳐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은 ‘최강’, 시설은 ‘꼴찌’
창단 당시부터 리틀야구단을 이끈 권재광 감독은 짧은 기간에 최강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야구를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야구에 대한 재미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한 게 적중했던 것이다.
실제로 연습량 자체는 다른 리틀야구단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시설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 감독은 “토요일과 일요일은 시합이 진행되기 때문에 연습은 일주일에 화, 수, 목 3일밖에 못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연습장에 조명시설이 없기 때문에 야간 연습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모이는 오후 3시경 연습을 시작해 ‘해 지기 전까지’만 연습을 한다. 길어야 3시간 남짓이다.
실력도 최강인데다 ‘양산시’를 대표하고 있는 리틀야구단. 이만하면 시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야구단이 아닌, ‘사설’로 분류돼있기 때문에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것.
그나마 외야 그물망(펜스) 등 일부 시설에 약간의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열악한 시설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경기를 위한 가장 기본적 시설이라 할 수 있는 ‘덕아웃(선수대기석)’ 조차 없어 시합 자체가 불가능하고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을 탈의실도 없다.
권 감독은 “지금 우리가 연습하는 이곳은 원래 용도가 축구장이다. 다른 지역은 리틀야구지만 조명시설은 기본이고 전용구장에 인조잔디까지 깔려있다. 사실 조명시설까지 욕심내는 건 아니지만 (덕아웃 등) 기본적인 시설만이라도 갖춰졌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바람을 내비췄다.
야구‘선수’ 보다 야구‘인(人)’
리틀야구는 성격상 중간에 그만두는 아이들이 많다.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적성에 안 맞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 쉽게 돌아서기 때문이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무조건 야구선수로 키우겠다는 생각은 안한다는 게 권 감독의 설명이다. 공부와 야구를 병행하다 야구에 소질이 보이면 적극 지원하겠지만 아니라면 언제든 그만두게 한다는 생각이다. 야구 외에도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권 감독은 아이들이 야구 선수 보다는 야구인이 돼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양산시리틀야구단은 야구 선수가 아닌, 야구인을 만드는 곳이었으면 한다. 야구 선수를 키우기 위해 야구만 하는 곳이 아닌, ‘아 내가 어릴 적에 야구를 했었지’하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곳, 그래서 결국 스스로 즐기는 가운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야구 자체를 즐기기를 바라는 권 감독의 마음에서 양산시리틀야구단이 전국 최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