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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시 재정 “쓸 돈이 없다”..
오피니언

양산시 재정 “쓸 돈이 없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5/15 09:59 수정 2012.05.15 09:59



 
 
4대강에 남겨진 하천부지
무상복지로 늘어난 시 부담
국가정책 뒤치다꺼리 예산
지방재정 주름살 펼 날 없다


지난해 지역의 한 민간단체가 국비를 얻어와 회관건립비로 쓰려고 했다가 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무산된 일이 있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공적인 자금으로 자기들 단체와 관련한 회원복지회관을 짓겠다는 것이었는데 예산을 그렇게 민간단체에 통째 건네줄 수는 없다는 게 의회의 입장이었다. 그 전 해에 내려온 국비는 이미 시에서 다른 용도로 써 버렸고, 도 예산에서 추가된 3억원은 회계연도가 끝나자 반납되고 말았다.

국비는 국가에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한다. 국비의 지원은 중앙부처의 요구를 받아 기획재정부의 편성을 거쳐 국회에서 결정한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 부처의 필요성에 의해 지원되기도 하고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위해 따 오기도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는 선거 때 도움을 받거나 우호적인 지원을 받는 대신 당선 뒤 필요한 사업예산을 챙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국비는 국비로서 끝나지 않는다. 일정 비율의 지방비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지방비는 도비와 시비(市費)를 말한다. 따라서 국비를 따오더라도 시민의 혈세가 그만큼 소요된다는 것이다.

본 칼럼에서 빈번하게 지적해 온 것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ㆍ재정적 자립은 아직도 요원하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출발 당시보다 오히려 후퇴되었다. 지자체 단체장과 의회 의원 후보들의 정당공천제와 열악한 지방재정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시만 해도 모르는 시민들은 ‘많은 예산으로 살림살이가 넉넉한’ 자치단체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해 시가 밝힌 당초예산은 6천2백억원 규모인데 그 중에서 자체적 수입인 지방세와 세외수입은 46%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상급기관에서 받는 보조금과 교부세 등이다. 이러다 보니 ‘쓸 돈이 없다’는 시장의 엄살이 이해가 된다.

문제는 국가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이 되는 사업이 상당수 강요되고 있는 점이다. 우리 시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한 각종 시설물 관리 비용과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지방비 부담이다.

명목적으로 4대강 정비사업은 끝났다. 우리 지역에서는 논란이 되었던 대형 보의 설치는 없었지만 낙동강 하상 준설작업과 준설토를 활용한 농지개량사업이 여러군데서 실시됐다.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주민불편사항과 환경훼손에 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지만 문제점들을 끌어안은 채 외형적으로 사업은 완료되었다. 이제 뒷처리와 관리의 의무만 남았다.

양산지역은 동면 호포에서부터 원동 용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5.07㎢에 달하는 하천부지가 새로운 관리대상으로 시청에 던져졌다. 이 위에 자전거도로 2만2천여m와 생태공원에 식재된 35만여그루의 수목이 지속적인 후속 관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 이후 관리범위를 일방적으로 확정했다. 4대강에 설치된 보와 본류제방은 정부에서 관리하지만 하천부지 내 조성된 각종 시설물은 해당 지자체가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시설물 유지관리비의 50%를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산공단 면적의 3~4배에 달하는 방대한 하천부지와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서 많은 인력과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부가 선거시즌을 앞두고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단계에서 시행된 0~2세 영유아 무상복지사업도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사업 중단사태까지 예상되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지원은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이른바 매칭펀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절반은 국비로, 나머지 절반은 도와 시에서 나누어 부담하는 것인데 양산시의 부담을 계산하면 연간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퍼주기식 복지라는 비판 속에서 이미 시ㆍ도지사들이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재원부족을 이유로 전액 국비로 추진하라며 추가부담을 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20%를 부담하게 되어 있는 도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시 역시 추가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은 중요한 세원을 국가에서 장악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규에 기인한다. 지자체를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놓고 잃지 않으려 하는 중앙정부가 있는 한 지방재정은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지방정치 공천을 통해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있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법을 고쳐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방자치는 허울 뿐이다.

국민들에게 선심을 쓰는 정부의 정책 뒤에 무너지기 직전의 지방정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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