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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50분께. 제6기 양산등산교실 수강생 틈에서 대충(?) 몸 풀기를 끝내고 신불산 등정을 시작했다. 35년 인생 가운데 두 번째이자 5년 만에 하는 등산이다.
출발은 좋았다. 나무들이 마련해 준 시원한 그늘과 새소리, 풋풋한 풀 향기까지. ‘사람들이 이 맛에 등산을 하는구나’ 싶었다. 문제는 그 생각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 산을 오른 지 30여분이 지날 무렵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내 심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무렵 선두에서 “잠시 휴식”이란 소리가 들려왔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입고 있던 긴팔 윗도리를 벗고 연신 땀을 훔쳤다. 곁에서 지켜보던 민평식 강사가 보기 안타까웠던지 나의 옷을 받아 자신의 배낭에 넣었다. 등산 30분 만에 나는 그렇게 ‘민폐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강사의 보행법 설명을 들으며 다시 산을 오른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나자 목표인 암벽이 나타났다. 수강생들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수강생들이 암벽의 위용에 잠시 놀라는 동안 강사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등반 채비를 갖췄다.
그렇게 내 생에 첫 암벽등반이 시작됐다. 생각만큼 쉬울 리 없었다. 안전로프는 매고 있지만 발밑의 절벽이 주는 두려움에 나는 손끝, 발끝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에 그처럼 집중해 본 기억이 없다. 나란 인간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그날 새삼 확인했다.
처음 하는 암벽등반 치곤 모두들 제법 잘 올랐다. 여성 교육생들도 생각보다 겁 없이 암벽을 탔다. 강사들도 “올해 교육생들은 잘하는데?”라며 살짝 놀라는 눈치다. 너무 잘했던 탓일까? 예정에도 없던 암벽 등반이 추가됐다. 하지만 처음이 무서운 법, 두 번째, 세 번째 암벽은 안전로프 없이도 오를 기세였다.
그렇게 암벽을 ‘정복(?)’하고 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과정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무릎이 아려왔다. 무릎이야 예전에 다친 탓이라 쳐도 등산 한 번에 다리가 풀리다니…. 부끄럽지만 나는 생에 두 번째 등산을 통해 내가 저질체력 임을 확인하게 됐다. 그래도 첫 암벽등반의 뿌듯함을 얻었으니 손해 본 장사는 아닌 듯. 이번 주말엔 ‘백운 슬랩’ 등반이 예정돼 있다.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벼락치기’ 체력 훈련을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