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로 3대 잔도(棧道) 가운데 하나인 ‘황산잔도’를 복원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황산잔도 베랑길’ 조성 사업이 결국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로 마무리됐다. 지역민의 큰 관심을 받았던 ‘황산강 베랑길’은 양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와 지역의 문화와 역사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이 열렸다. 지난 4월 22일 한강과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대강 국토 종주 자전거길이 동시에 개통했는데, 부산에서 인천까지 전체 길이가 1천757km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은 부산 낙동강 하굿둑에서 경북 안동댐까지 389km 구간으로, 경남 구간은 창녕~합천~의령~함안~창원~밀양~양산을 잇는 구간 123㎞에 걸쳐있다.
양산 구간에는 동면 호포에서 낙동강변을 따라 물금읍과 원동면 화제리를 거쳐 용당리까지 20㎞에 자전거길이 놓였다. 여기에는 물금취수장에서 원동취수장까지 2.2km에 이르는 ‘황산강 베랑길’이라 이름 지어진 자전거길도 포함돼 있다. ⓒ
독특한 형태ㆍ수려한 경치 ‘호응’ⓒ
우선은 성공적이다. 시가 이렇다 할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자전거 동호인과 지역민 등 찾는 사람이 많다.
땅이 아닌 강 위에 나무데크를 설치한 독특한 형태에다 경부선 철도를 달리는 기차를 바로 곁에서 보면서 나란히 달릴 수 있고, 수려한 낙동강의 경치도 한눈에 즐길 수 있어 인기다.
여기에 추억에 잠겨 찾는 사람도 많다. 주로 화제와 물금지역 주민이다. 그들은 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철도 아래 오솔길을 통행로로 사용했다.
낙동강 자전거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직도 뚜렷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오솔길을 가리키며) 예전에 이 길로 다니던 생각이 나서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며 “(한 바위를 향해) 저 주변은 강물이 깊어 ‘50길 바위’라고 불렀는데, 사람들이 많이 빠져 죽기도 했다”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시도 황산강 베랑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나동연 시장은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이 양산을 통과함에 따라 지역의 관광상품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물금과 원동 주변 관광 인프라와 연계ㆍ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온데간데없는 문화ㆍ역사성 ‘아쉬움’ ↑↑ 강물의 깊이가 깊어 ‘50길 바위’라고 불렸다는 암석(사진 위)과 20여년 전 화제 주민이 통행로로 사용했다는 뚜렷한 오솔길 흔적(아래). ⓒ
하지만 황산강 베랑길이 관광 자원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의 일부 구간으로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길에 불과하다. 잘 닦여 자전거 타기 좋은 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성을 살리겠다는 의도로 옛길인 황산잔도를 복원해 걷기 좋은 길로 기획했던 황산강 베랑길은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된 자전거길에 묻혔다. 지역의 옛길이 신작로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결국 부활을 꿈꿨던 황산잔도는 또다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황산강 베랑길’이라고 하지만 황산잔도가 무엇인지 인근에는 어떤 유적이 있는지에 대한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자전거길로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성은 물론 관광 자원화라는 취지도 살리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원동취수장 주변 일부 구간은 석축을 쌓아올려 시멘트 포장으로 길을 조성하는 바람에 오히려 지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던 오솔길의 흔적마저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다. 일제가 영남대로를 따라 경부선 철도를 건설하면서 황산잔도가 있던 자리가 기찻길로 변해 흔적만 남게 됐는데, 이곳 오솔길도 자전거길을 조성하면서 일부는 흔적마저 사라지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도 자전거길 조성과 황산잔도 복원 가운데 어떤 것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됐을지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을 확인해 관광 자원화를 위한 시설과 방안을 지속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