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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미치겠네”
백운슬랩을 오르던 배성대 씨가 자신의 몸이 계속 미끄러지자 답답한 듯 연신 한숨을 토해냈다. 오후에는 ‘잔칫집’에 가야하는 관계로 맨 먼저 로프에 매달린 배씨는 동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한동안 그렇게 암벽에 매달린 채 사투(?)를 벌여야 했다.
“발을 11자로 놓고 체중을 발끝으로 옮겨 실으세요”라고 강사가 목청 높여 설명했다. 하지만 배 씨의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에서는 11자 모양으로 디디라고 지시하지만 발은 희한하게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 어쩌면 암벽에 몸을 기댄 순간부터 몸은 머리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27일 백운슬랩 등반에 도전한 제6기 양산등산교실 학생 모두가 배 씨와 같은 마음이었다. 아무리 손을 뻗어 더듬어도 손가락 하나 걸칠만한 공간은 찾을 수 없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아무리 찾아봐도 발 디딜 곳은 자신의 의지밖에 없었다.
그래도 실패는 없었다. 자외선 차단제가 땀에 씻겨 내려간 얼굴은 5월의 햇살에 그을려 붉게 물들었지만 한 명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더 이상 못 오르겠다”며 암벽에 둥지(?)를 틀 뻔한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정상에 올랐다.
‘과연 오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허약해 보이는 여상순 씨도 등반에 성공했다. 여 씨는 “그 조그만 틈에 발이 걸리겠나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 작은 틈이 힘이 되더라”며 등반 성공이 주는 성취감에 흠뻑 젖어들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내 평생에 처음 하는 멋진 경험”이라며 함박웃음을 보이는 송한수 학생장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표정은 ‘나 역시 그래’라고 말하고 있었다.
학생들 사이 분위기도 달라졌다. 서로에 대해 어색함이 남아있던 첫 주와 달리 서로를 응원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아마 전날 야영을 함께하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결과인 듯 보였다. 자신들 마음대로 직제에도 없는 ‘고문’이라는 자리를 만들고, 이 날의 무용담(?)을 나누며 서로 격려하기에 바빴다.
1주일 사이 제6기 양산등산교실 학생들은 그렇게 등산을 배워가며 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