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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양산등산교실 동행 취재기(3주차)
지도 한 장, 나침반 하나로 길을 찾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2/06/05 14:46 수정 2012.06.05 02:46
양산등산교실 ‘독도법’ 실전 훈련기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이라 했던가. 양산등산교실 6기 학생들에게 나침반 하나와 종이(?) 한 장 달랑 들고 목표지점을 찾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열심히 교육 받았지만 이론과 실제는 확실히 달랐다.
 
나침반의 방위각부터 맞추라는데 방위각이 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옆 사람의 나침반을 힐끔 쳐다보지만 헤매는 것은 동료 역시 마찬가지. 독도법(讀圖法) 강의를 위해 특별히 모셔온 박주현 강사의 목청이 저절로 높아졌다. 지난해 전국체전등산대회에서 우승, 전국 대통령기 등산대회 3회 입상 경력의 최고 전문가지만 초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론’을 ‘현실’에 접목시키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현재 위치에서 자신의 방위각을 먼저 확인하세요. 이제 다섯 걸음 앞으로 가서 방위각을 360도로 잡으세요. 다 하신 분은 다시 방위각을 90도 더하고 다섯 걸음 가 보세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방향이 같은지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박 강사의 지시대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나침반의 방향도 똑같이 움직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교육생들의 위치는 제각각이었다. 학생들은 뙤약볕 아래서 2시간 넘게 교육을 받고서야 방위각의 개념을 얼추 알게 됐다.

방위각 개념을 익히고 나니 ‘운행지도’가 수강생들 손에 쥐어졌다. 길을 알려주는 지도인건 분명한데 ‘길’은 없었다. 지도 위에 그려진 총 6개의 지점을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는 게 이 날 교육의 최종 목표. 박 강사는 제대로만 길을 찾으면 1시간이면 충분하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3시간 넘게 산 속을 헤맬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제1지점까지 학생들과 동행하며 최종 설명을 끝낸 박 강사는 학생들에게 출발을 지시했다. 학생들은 종이 한 장과 나침반 하나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걸음을 디뎠다. 출발한 지 약 1시간 20분이 지나자 배미영, 심순희 학생이 최종 목표지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송한수 학생장도 이들과 함께 1위로 들어와 학생장으로서 체면을 지켰다. 독도법을 제대로 익혀서인지 아니면 ‘눈치’ 덕분인지 다행히 3시간 넘게 산을 헤맨 학생은 없었다.
 
이날 학생들은 독도법의 ‘맛’을 봤다. 실제 산 속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 손쉽게 길을 찾을 자신은 없지만 지도 한 장과 나침반 하나면 최소한 더듬거리면서 목표지점에 가까이 갈 용기는 생겼다. 생에 처음 배운 독도법이 가져다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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