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군림하는 국회의원은 필요없다..
오피니언

군림하는 국회의원은 필요없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6/12 10:39 수정 2012.06.12 10:39



 
 
탈북청년에게 폭언 퍼부은
임수경 의원의 만행은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잘못된 계급의식 탓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마음가짐부터 가다듬어야



“개념 없는 탈북자 XX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XX들아”

이것이 우리나라 현역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란다. 20대의 탈북자 출신 청년에게 퍼부은 말이다. 하도 원통해서 밤새 통곡했다는 탈북청년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19대 국회 개원 벽두에 태풍으로 와 닿았다.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21번으로 턱걸이 당선된 임수경 의원은 1989년 한국외국어대 재학 중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5년형을 살다가 1992년 가석방된 임 의원에게 북한은 1990년 조국통일상을 수여했다. 그녀는 방북해 당시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고 ‘통일의 꽃’으로 불렸다.

이런 임 의원이 탈북청년에게 퍼부은 폭언과 욕설은 아무리 취중이었다 하더라도 그 의미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정국은 진보통합당의 이석기, 김재연 의원 등 비례대표 선거부정 파문으로 촉발된 종북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이념논쟁이 달갑지 않은 통합민주당 입장에서도 임 의원의 발언은 평지풍파에 다름 아니다.

종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의 지지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국민을 향해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지역구가 아닌 정당 지지의 결과이기 때문에 임수경 의원 입장에서 유권자는 전체 국민이다. 탈북자도 엄연한 우리 국민이다.

양산지역에도 수년 동안 북한이탈주민, 일명 새터민들이 상당수 전입하여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로 들어오기까지 말할 수 없는 고난과 목숨을 건 행로를 거쳐왔기에 자유에 대한 갈망이 높지만 자유세계의 관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조그만 일에도 쉽게 마음을 다친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헤아려서 우리의 이웃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동포애가 아닐 수 없다.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에 대한 폭언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국민을 대하는 태도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유신의 독재정권도 아니요,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철권통치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문민정부로 전환된 이후 20년 가까이 자유민주주의가 꽃피고 있는 이 때 권위를 내세우는 국회의원의 발언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임 의원이 “어디 국회의원한테 개겨”라는 발언을 한때는 그녀가 의원 배지를 단지 불과 사흘째 되는 날이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사석에서 일개 시민에게 저 정도 폭언을 퍼부을 정도면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의사당 내에서는 어떻게 할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데도 야당은 변명과 감싸기에 급급하고, 여당은 종북논쟁의 연장선상에서 호재를 만났다는 듯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아무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의 자세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은 말 그대로 국민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모든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해줄 사람을 뽑은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구체적 산물이다. 지역구든 비례대표이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개겨서는 안 될’ 대상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여 의정활동을 해나갈 자격도 명분도 없다.

원래 ‘개개다’라는 표준말에서 파생된 ‘개기다’라는 단어의 뜻은 ‘누군가가 달라붙어서 귀찮게 구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국회의원이 입에 담기에는 지나친 비속어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다 ‘새끼’라는 막장의 욕설까지 더한다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시정잡배도 그런 말을 뱉을 때는 싸움을 각오한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의 권위는 국민이 만들어주는 것이지 스스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현행 법제도와 사회적 관행 중에는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이나 특혜가 너무 많다. 실정법을 위반하고도 국회의원 배지 뒤에 숨어서 불체포 특권을 행사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의원들 스스로 나서서 자신들의 연금액을 인상하는 파렴치도 저지르고 있다. 국민을 아랫것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에게 국민을 대신하라는 위임을 해준 것도 억울한데 늙어서 연금까지 제공하는 이런 법규는 지금이라도 수정 또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임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전체 선량한 국회의원들이 매도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국회 차원에서 더 늦기 전에 탈(脫)권위를 비롯한 자정 노력이 본격화되어야 하겠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민생에 다가서는 국회의원의 참모습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