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연찬하세요”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가장 자주 나온 말 가운데 하나다. 연찬(硏鑽)은 학문과 이론 따위를 깊이 연구한다는 뜻이다.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진행된 양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집행부의 행정사무 처리에 대한 감사에 앞서 공무원의 업무파악 미숙이 주요 지적 대상이었다.
감사에 나선 일부 국ㆍ과장들이 시의원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해 동문서답이 이어졌고, 담당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예 답변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답변을 했다가 시의원의 계속되는 추궁에 답변을 뒤집어 따가운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지난 18일 기획총무위원회(위원장 정경효)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집행부의 불성실한 답변과 업무파악 미숙으로 감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파행을 맞기도 했다.
감사장에 출석한 국장이 기본적인 현황 질문에 답변을 못해 한 차례 감사를 중단했다가 재개했지만 또다시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서 정경효 위원장이 당일 감사 일정 자체를 미뤄버린 것. 이튿날 일정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감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업무파악 미숙을 지적받은 공무원들은 “업무를 담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라고 해명했지만 시의원들은 “우선 넘어가고 보자는 식으로,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안 돼 있다”고 지적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정경효 위원장(새누리, 상ㆍ하북)은 20일 감사강평에서 “감사기간 내내 수감 받는 관리자 공무원들이 소관 업무에 대한 충분한 연찬 없이 감사에 임해 허위 답변이나 엉뚱한 답변으로 감사가 진행되는 등 감사 준비와 업무 연찬에 매우 소홀했다”고 다시 한 번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해마다 실시되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시의회 감사가 시의회의 고유권한이지만 감사 이후 징계 등 후속조치를 취할 만한 법적 권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형식적인 감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시의회가 공무원 징계나 상급기관 감사 청구 등을 할 수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라는 평가다. 또한 공무원의 잦은 부서 이동 역시 업무 파악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집행부 역시 시의회가 업무에 대한 감사보다 시장 정책에 대한 정치적인 신경전을 펼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불만도 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