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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의원 위상(位相)의 본질..
오피니언

시의원 위상(位相)의 본질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6/26 10:43 수정 2012.06.26 02:42







 
 
시와 의회의 대립과 상충은
기능상 어쩔 수 없는 것
서로 무시하는 것은 잘못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기본적 책무 다해야 한다

의전이 뭐기에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까지 왈가왈부하게 되었을까.

발단은 현충일 행사로부터 나왔다. 분향 순서에 대한 불만과 지적이 잇따랐던 것. 시장과 국회의원 중 누가 먼저 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가 뒤늦게 불거졌다. 또 다른 경로로는 지역의 기관장인 경찰서장이 왜 시의원 다음에 분향하도록 했느냐는 불만도 제기됐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시 간부 공무원의 시의원 폄하 발언을 두고 강하게 질책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과연 국회의원과 시장은 의전상 누가 앞서는 걸까. 지역 기관장과 시의원은 또 어떤가. 다소 시대착오적인 이런 의전 서열 문제가 논란이 되는 배경에는 혹시 스스로 권위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되기 전, 중앙집권체제에서는 국회의원의 위상이 지자체 단체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심지어 간부급 공무원과 읍ㆍ면장 임명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내려올 때면 당시 군수가 마중을 나갈 정도였다. 1985년 김동주 국회의원이 처음 당선되었을 때 인사차 군수실에 와서는 냉큼 군수 자리에 앉더니 옆자리에 앉은 군수를 향해 큰소리를 치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한다.

지방자치제도의 부활로 단체장이 민선으로 바뀌고 나서는 그 서열이 다소 완화되었다. 어차피 시장이나 국회의원 모두 전체 시민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선거를 통해 선출되니 무조건 국회의원이 높다고 주장하기가 어려워졌다. 제17대 김양수 의원과 오근섭 전 시장 간의 알력은 지금도 시중에 회자될 정도다.
 
당시 현직으로 재임 중이었던 오 시장이 ‘서화 로비 사건’ 파문으로 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사건의 배후에 김양수 의원이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않았던 오 시장은 시민연합의 도움으로 재선된 이후 국회의원과 사사건건 날을 세웠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김양수 의원은 지역 내 거의 모든 행사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시가 주관하는 행사는 물론, 민간 행사에마저 오 시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시청 간부들의 압력이 들어갔다. 인사나 내빈 소개 순서에 시장이 먼저 나가야 했다.

라이온스협회가 주관한 3.1만세운동재현행사 기념식에서는 국회의원의 인사를 먼저 시켰다고 발끈한 오 시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일도 있었다. 체육행사가 열린 운동장 귀빈실에서는 오 시장을 옹호하는 일부 인사들이 김 의원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불필요한 의전 때문에 불편하고 성가신 것은 시민들이었다. 평소 한 정당 지지층이었던 많은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편이 갈려 곤욕을 치렀다.

이제 오 시장도 가고 김양수 의원도 야인이 됐다. 19대 보궐선거로 박희태 의원이 당선되자 의전 문제는 일단 봉합됐다. 상대가 워낙 원로 정치인인데다가 금세 우리나라 3부 요인 중에서도 2인자인 국회의장으로 피선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박 의장의 우선 대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당선되자마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 공천에 숨은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시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수혜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 시대의 정치구도에 따라 의전의 행태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 저변에는 정치적 헤게모니를 다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쟁’이 이어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시장과 시의회와의 관계도 이런 구도에 좌우되었다. 정당의 다수분포에 의해 움직일 때도 있었고, 같은 정당이라도 정치적 목표에 따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이 그런 때다.

제5대 시의회 전반기를 마감하는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는 집행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연일 이어졌다. 의원들이 크게 문제삼는 부분은 집행부인 시가 예산이나 질서를 문란시킨다는 것이다. 의회의 기본 권한인 예산 심의와 재산관리의 승인 결과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곧 시의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맞는 소리다. 행정기관이 예산 운용이나 기타 업무처리에서 법규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시민생활을 이끌 수 없다. 다만, 의원 스스로도 의원 윤리규정에 위배됨이 없는지, 부당한 행정편의를 취득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또 지역구 주민들의 인기 유지를 위해 지나친 지역이기주의에 함몰된 적은 없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의원들의 위상은 저절로 구축된다. 또한 시를 향해서 큰 소리를 내더라도 시민들이 동조해 줄 것이다. 그러라고 뽑아준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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