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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불통 행정의 결과
오피니언

불통 행정의 결과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7/03 14:55 수정 2012.07.03 02:57



 
 
시의회 생긴 이래 처음인
<감사원 감사 청구안> 가결
의회가 시민의 대표라는
기본적 인식 부족이 낳은
불통 행정의 부끄러운 초상


이명박 정부의 불통 행정이 외교적 망신을 당했다. 지난달 29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을 한 시간 앞두고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회가 제동을 건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국회를 설득해 협정 체결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정이 어려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야당에 의해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 설득을 소홀히 하는 이명박 정부의 실상을 보여준 사례로 치부되고 있다.

양산시의 불통 행정의 결과는 치욕스런 감사원 감사 청구로 귀결되었다. 시의회는 지난주 열린 정례회 본회의에서 영어도서관 부지 매입 건과 여성리더대학 추진과 관련해 감사원에 감사청구하는 의안을 가결시켰다.
앞서 시는 소주동 일원에 영어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863.3㎡의 사유지를 매입했다.

문제가 된 것은 사전에 승인한 공유재산관리계획 상의 매입 대상 토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30% 이상 증가된 변경사항이 발생할 경우 새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의회가 공분할 만한 배경이 있다.

처음에 의회가 적극 권유한 토지를 시가 거부했다가 승인받은 땅을 사들이지 못하자 도로 의회가 요구했던 그 땅을 매입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회는 절차상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는 빨리 매입하지 않으면 또 그르칠 수 있다고 판단해 매입계약을 하고 난 뒤 사후승인을 요청했다.

여성리더대학 운영에 관해 양산대학교와 체결한 위수탁협약에 대해서도 시의회의 입장은 강경하다. 수천만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전에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지방자치법> 제38조 1항 제8호에 따르면 법령이나 조례에 규정되지 않은 의무 부담은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추가경정예산 승인을 받은 후에 진행하라는 의회의 요구를 묵살하고 다른 항목의 예산을 전용해 부당하게 처리하자 발끈한 것이다.

이상의 두 사례를 잘 들여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가 의회와의 협의를 통해서 얼마든지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는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설득과 소통을 외면한 결과 감사원 감사청구라는 불명예스러운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나동연 시장과 김종대 의장 사이의 정치적 대립을 숨은 이유로 거론하기도 한다. 김 의장이 차기 시장 출마를 위해 의도적으로 대결구도를 펼쳐간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과 같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의회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구도에서 감사청구안이 상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하고 본회의에서도 반대의견 없이 채택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명분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동연 시장 취임 후 소통의 부재 또는 의회 경시로 오인되는 일은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2010년 재향군인회에 제대군인회관 건립비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의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의회에서는 특정 민간단체에 회관 건립비로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시에서는 계속 밀고 나갔다가 결국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나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8년 동안 시의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의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의회를 무시한 행정처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위에 언급한 두 사안의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독불장군식 추진은 시의회의 기능을 무시함으로서 빚어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나 시장의 대(對) 의회관(議會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영어도서관 건립은 명품 교육도시를 목표로 하는 나 시장의 의욕에 찬 사업이다. 박희태 전 의원 재임시 교육인적자원부 사업으로 책정돼 국비까지 받아 추진되고 있다. 웅상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입지도 소주동으로 결정했다.

양산대학교와 협력해 운영하는 여성리더대학도 여성친화도시로서의 이름에 걸맞게 지역 내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리더로서의 소양을 키우는 강좌로 의미가 큰 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어떤 명분으로도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행정처리 관행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의회의 입장이다. 더구나 추진과정에서 미리 그 위법성을 알리고 절차를 준수할 것을 수 차례 요청했음에도 강행한 집행부의 처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시의회가 시의 위법한 행정에 대해 직접 처분하지 못하고 감사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자체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처럼 수치스런 일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다만 ‘딴지 걸기’로 생각하는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의 안일한 시각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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