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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
오피니언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7/10 09:15 수정 2012.07.11 01:52



 
 
시청 고위공직자 그룹이
시장의 시정철학을 뒷받침하는
씽크탱크로 기능하기 위해선
공적 사명감과 전문성으로
평가되고 기용돼야 한다



지난해 2월 나동연 시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사가 발표돼 300여명이 승진되거나 자리를 옮겼다. 당시 4ㆍ5급 관리직에 과감히 직렬을 파괴하여 기용하고 소수 직렬에 대한 승진 기회를 확대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나 시장의 시정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인사에 대한 지금의 평가는 어떠한가.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도 찬반여론은 팽팽하고, 일부 기술직공무원 사이에서는 불만도 없지 않다.

당시 시는 ‘유능하고 능동적인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능력과 실적에 따른 인재 등용이라고도 했다.

소수 직렬에 대한 승진 기회의 제공 측면에서는 일부 환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정 추진에 있어 중추적 기능이 요구되는 일부 관리직에 업무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앉힌 것은 공무원의 전문성 함양과 배치되는 실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공무원의 속성상 다양한 업무 순환의 결과 어디에 갖다 놓아도 제 몫을 한다는 인사권자의 판단은 있을 수 있다. 소수 직렬의 경우 보직의 순환성이 부족해 장기간 한 곳에 근무함으로써 폐해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무원의 보직, 그것도 과장급 이상의 고급 관리자일 경우에는 해당 업무에 대한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수산양식 잘 하는 사람을 한우 관리하라고 축협에 보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또한 당시 인사에서 말로는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인하지 못할 비화도 있었다. 전임 시장 재임 중에 만연했던 관리직의 ‘기한부 퇴임 각서’가 그 중 하나다.

시기를 명시한 명예퇴직 신청서 형식을 빌어 나갈 시한을 못 박은 것인데 나 시장이 취임한 뒤 물갈이를 위해 그 각서를 거론했지만 전임 시장의 사망 이후 이미 그것은 효력을 잃은 상태였다. 할 수 없이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직 등 외부의 자리를 활용해 퇴출을 시도했지만 당사자에게 먹히지 않자,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자리를 바꾸게 된다.
 
그 결과, 대대로 행정직이 맡던 웅상출장소장에 토목기술직이, 도시건설행정의 책임자에 환경분야 출신이 임명되고 상하수도사업소장에 행정직 출신이 기용됐다. 동장에 지적직과 기계직 등 엔지니어 출신이 임용되기도 했다. 당시 본란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는가 하는 결과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그 평가를 내릴 때가 되었다.

시장은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충실한 보좌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견 공직자는 시장의 시정 철학을 체계화하고 계량화해서 목표를 달성하는데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20년 이상 자신의 직종에 종사한 그들의 전문성을 씽크탱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그들은 시민사회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도시계획, 토지의 이용과 개발, 기업 경영과 다양한 자영업 지원, 복지사업 추진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시민들의 삶을 통제하기도 하고 지원하기도 한다.

간혹 법리의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고, 조정과 설득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럴 때 가장 신뢰를 주는 것은 공익성과 전문성이다. 직렬이 맞지 않아 하위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든지, 바뀐 지 오래인 전임(前任)을 찾아 자문을 구하는 일이 지속된다면 직렬 파괴를 통한 보직 변경에 대한 의미는 삭감될 수밖에 없다.

무릇 민주주의를 표방한 공직선거를 치르는 나라에서 고급 관리의 경질은 다반사다. 위정자의 통치 스타일이나 정책 기조에 동조하는 인물로 대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원칙과 금도는 있다. 공적인 사명감과 전문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해바라기처럼 잔재주를 부리거나 인적 관계의 끈을 이용해 위치에 오르려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다산의 목민심서에도 아랫사람을 쓸 때에는 마땅히 인재를 가려 쓰되, 충성과 믿음을 으뜸으로 삼고 재주를 그 다음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아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신의가 없고 교활하기 때문에 농간이 많고 일을 바르게 하지 못한다. 윗사람의 옳지 않은 것을 바른말로 간하는 것은 정의감이 투철하기 때문에 자기 직무에 충실하고 일의 공정을 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도시건설국장의 퇴임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국장급 간부 공무원 몇 사람의 퇴임이 거론되고 있다. 이제는 철저히 공직으로서의 신뢰와 전문성을 우선으로 하는 인사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오랜 경륜과 업무에 대한 지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시민을 위하여 올바른 시정을 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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