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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 ‘현실’과 ‘이상’ 충돌..
사회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 ‘현실’과 ‘이상’ 충돌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2/08/14 11:10 수정 2012.08.14 11:10
응급의료기관, “현실 반영 안 된 정책” 비판



응급의료기관의 모든 진료과목에 당직 전문의를 두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응급의료기관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부터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실 비상호출 대비 진료과별로 전문의가 1명 이상 당직을 서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일명 ‘전문의 당직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응급환자가 전문의가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이곳저곳 병원을 옮겨 다니다 사망하는 등의 사례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의 현실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도는 진료과목별 전문의 1명을 뽑아 매일 당직을 서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직 전문의는 병원 근처에 대기하다 응급실의 ‘콜’을 받는 즉시 병원으로와 진료를 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방 응급의료기관의 경우 전문의 숫자가 제도를 뒷받침하기 힘든 현실이다. 진료과목 대부분 전문의가 1~2명뿐인 상황에서 이들에게 매일 당직을 서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현재 양산지역의 경우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베데스다병원과 조은현대병원 등이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3개 병원들은 대체로 전문의 당직제에 부정적이다.

실례로 전문의 당직제 시행 이후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대형병원이긴 하지만 의사(전문의)들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외과계 교수들의 경우 이른 아침부터 수술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당직제 시행으로 전날 새벽에 ‘콜’을 받아 병원을 왔다갔다 한다면 정작 낮 진료에서는 제대로 된 수술을 하기 힘들게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관계자는 “실제 진료과목별 전문의가 1~2명 수준의 응급의료기관들은 이번 당직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라며 “우리도 가능한 정부 의지대로 따르겠지만 정부 역시 의료 현실을 반영하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베데스다 병원 관계자 역시 “우리 같은 경우 원래 응급실에 전문의 채용해 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지만 제도 자체는 현실과 안 맞긴 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전문의를 상주시키라 하는데 주간 응급실 환자가 보통 10여명밖에 안 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실에 맞지 않는 조치”라며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제도 시행에 대해 응급의료기관 대부분은 ‘의도는 좋으나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제도’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환자의 고귀한 생명이 보다 현실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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