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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서민생활대책은 국가만의 책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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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민생활대책은 국가만의 책무 아니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08/14 11:21 수정 2012.08.14 11:21



 
 
밑바닥 서민경제 어려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시 예산운용 우선순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서
민생안정 최우선해야

폭염이 내리쬐는 시장 어귀에서 좌판을 펼치고 있는 노점상에게 물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하는데 전통시장 찾는 사람이 있느냐 하니 집에 죽치고 있으면 밥이 나오냐면서 만원도 안 되는 지폐뭉치를 꺼내 탈탈 흔든다.

사정은 시장 안에 있는 점포도 매한가지다. 너른 공간에 찬바람 슝슝 나오는 대형 할인매장이야 피서 겸 해서 아이들 손 잡고 드나든다지만, 불볕더위에 행인마저 드문 판국에 시금치 한 단, 고등어 한 마리 사러 노천시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공구 도매상 아무개 씨는 경기 침체 현상이 지속되면서 문을 닫을지 고민 중이다. 기존 거래처에서 원가 절감을 이유로 부산의 대형 자재상을 찾고 있다는 소식에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도심에서 10년째 음식점을 하는 아주머니의 형편도 비슷하다. 낙동강변 채소단지가 사라지면서 상에 오를 재료값은 치솟는데 손님은 도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 제2청사가 운영되면 좀 나아지겠지 했는데 별무소득이다.

전국적인 집값 하락현상으로 주택 거래량이 뚝 떨어지고 빚을 내 구입한 아파트는 팔아도 본전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달이 내야하는 이자 부담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매물로 내놓은 가구가 상당수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양산될 조짐이다.

언제부턴가 스스로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이 가시화되면서 이미 만연한 청년실업과 맞물려 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여성들은 육아와 맞물려 재취업이 쉽지 않고 직장에서 물러난 가장들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음식업 등 자영업에 손을 대다가 오히려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경기의 회복이나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구체적인 명제를 다만 국가의 책무로 인식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험상 보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슈는 지자체에서 한해도 빠지지 않고 주요 업무보고에 등장하는 항목이지만 대부분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서민들의 반응이다.

양산시만 해도 6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한 해에 집행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서민안정대책은 찾기 어렵다. 1천명에 달하는 시청 산하 공무원들의 급여와 후생에 상당한 세금이 소요된다.

평균 연봉 3천만원으로 계산해 보기만 해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각종 복지사업에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영유아 보육비로 시작해 무상교육, 급식비 지원, 장애인 및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등 소외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 비용은 한해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사업을 위해 빌어 쓴 채무 누계액도 1천억원이 넘는 판국이니 그 이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니 수천억 예산이라 해도 ‘빛 좋은 개살구’일 뿐 민생을 위해 보따리를 풀 만한 여건이 되어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민생 살리기에 지자체는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가. 그렇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가장 먼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살펴보는 목민관의 자세가 요구된다.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제도개선이 필요한지, 중개자의 역할이 필요한지, 직접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해야 한다. 중앙정부나 상급행정기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이러한 실태를 완벽히 파악한 뒤에 할 일이다.

민생이 파탄날 지경인데 체육공원이고 화단 가꾸기가 무슨 소용인가. 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계속돼야 하는가.

당장 활용계획도 없는 청사부지를 백억원을 넘게 들여 매입해야 하는가를 단단히 따져보아야 한다. 도시계획이라는 것도 말하자면 사람이 잘 살기 위한 계획일 뿐이다. 사람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근 시에서 기업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경영환경이 대체로 좋아졌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지원정책의 수혜기업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은 아쉽다.

애초 조사 목적이 단순한 평가를 구한 것이 아니라 기업체의 진정한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하여 풀어나가려는 노력이라고 믿고 싶다.

혹자는 양산이야말로 복 받은 곳이라고 한다. 재해나 사건·사고 발생 빈도가 낮고 기업의 노사분규가 심각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기고 직시해 보면 곪은 상처가 만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무원 조직이 필요이상으로 비대하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려면, 시민들의 삶에 깊숙하게 파고드는 현장행정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절망으로 빠져드는 서민들을 외면한 채 있는 자들의 평화에 안주하는 지자체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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