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밤샘근무 폐지 결정에 지역 부품업체의 고민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현행 주야 2교대에서 밤샘근무가 없는 주간연속 2교대로 근무형태를 바꾸기로 합의했다. 현대차는 속도화 공정 설비투자를 통해 주간연속 2교대 근무에 따른 생산 손실을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는 지역 부품업체들이다.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 근무에 따른 생산 공정 변화를 쫓아갈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에 엔진 부품을 납품하는 지역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가 밤샘근무 폐지 이후 (속도화 공정을 통해) 생산 속도를 높이면 우리도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일단 생산라인에 3교대 근무를 지시해 놓은 상태지만 이렇게 되면 노동법 문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품업체가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주간 2교대를 실시하려면 주말에도 근무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노동법에 명시된 주 12시간 이내 연장근로를 어길 수밖에 없게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지역 내 부품업체들은 현대자동차처럼 설비투자를 통해 속도화 공정을 갖추지 못하면 기존 납품물량 일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1차 부품업체의 물량 축소는 2, 3차 영세 업체들에게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혀 밤샘근무 폐지 여파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50여개의 부품업체가 운영 중인 양산지역의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현대자동차 납품 업체 관계자는 “근로자의 삶의 질이란 부분에서 밤샘근무 폐지가 환영받아야 할 부분인 것은 확실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생산 구조에 따른 이러한 문제들도 충분히 논의가 돼야 할 부분”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생산시설 변경 등에 대한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품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금속사용자단체는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1년간의 유예기간 후 2014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하기로 지난 8일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