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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제상 유적지 정비사업 서둘러라..
오피니언

박제상 유적지 정비사업 서둘러라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10/09 09:04 수정 2012.10.19 02:50




 
 
충렬사 준공으로
시민 자긍심 고취 계기 맞아
박제상 공에 대한 숭모사업
일회성 행사 지양하고
유적지 정비사업 서둘러야


지난달 말 호국충절의 선조들을 기리는 충렬사가 준공돼 삼조의열을 포함한 70위의 위패가 봉안됐다. 이번 주말에는 박제상 테마를 강화한 삽량문화축전이 준비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선열의 넋을 기리는 한편 시민의 애국심과 애향심을 높이는 일련의 사업들은 세금이 아깝지 않은 정신문화사업이다.

12일부터 3일간 펼쳐질 2012년 삽량문화축전은 ‘천년의 숨결 축전으로 꽃피우다’라는 슬로건이 붙었다. 천년의 숨결이 무엇인가. 박혁거세가 세운 신라는 기원전 57년에 세운 나라로, 고구려, 백제를 합쳐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었다가 935년 고려의 태조 왕건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약 천년이 아니던가. 그리고 멸망 후 흐른 세월이 또한 천년이 조금 넘었다.

양산은 삼한의 변한에 속해 있다가 신라의 세력권으로 편입된 곳으로 황산강(지금의 낙동강 하구)을 따라 왜구가 출몰하던 변방이었다. 하지만 삽량주(양산의 당시 지명)는 신라의 변방이지만 지방정치의 중심지로 인식되었다.

서기 362년 출생한 박제상이 삽량주 간(干, 당시 주를 관할한 우두머리)으로 봉직하던 중 고구려에 인질로 잡혀있던 눌지왕의 동생 복호를 구출하였고, 왜국에 볼모로 가 있던 또다른 왕제 미사흔을 구출한 뒤 자신은 왜왕의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하다 처형당했다. 뒤에 눌지왕은 박제상에게 대사흔의 벼슬을 내리고 그의 딸을 미사흔의 아내로 삼았다.

이로써 박제상은 고려의 김원현과 조선 때 조영규와 함께 삼조의열의 맨 앞에 자리하게 됐고 시민은 면면이 이어지는 만고충절의 기상을 간직하게 됐다. 박제상 공의 출생지로 알려진 상북면 효충마을에는 그를 기리는 효충사가 남아있고 지난해부터 삽량문화축전 때 마다 고유제를 지낸 후 길놀이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박제상에 대한 기념사업이나 성역화사업은 지지부진하기 이를 데 없다. 인근의 울산시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박제상을 모신 사당 옆에 기념관을 지어 그들의 충렬선조로 모시는 한편 외래 탐방객을 향한 관광테마로 활용하고 있다.

그뿐인가. 울산의 3대 충렬선조로 탄생과 죽음까지 많은 치적과 설화를 집대성해 책자로 발간한 바 있다. 최근에는 ‘박제상 문화제’까지 만들어 박제상을 모티브로 한 각종 행사와 시연에 이틀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시의 가장 크고 유서깊은 문화행사인 삽량문화축전이 그렇게 이름붙여진 배경에는 박제상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시대 우리 고을의 이름인 삽량주에서 따온 명칭만큼이나 박제상에 대한 숭모의 의미가 깊다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삽량문화제’에서 ‘축전’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문화행사의 의미보다 축제, 즉 페스티발의 의미를 부각하게 됐고 이는 곧 선거로 진출한 시장의 업적 과시용 또는 대시민 홍보용 행사로 이용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수차례 박제상에 대한 선양과 유적지 정화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행정당국에서는 수수방관해 왔다. 최근들어 그러한 요구가 지역 원로와 향토사학자들로부터 빈번하게 대두되자 삽량문화축전의 기본틀을 박제상 테마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올해는 보다 강화된 박제상 테마가 준비되고 있다. 거기에는 문화원에서 주관하는 박제상학술대회도 포함돼 있다. ‘박제상 주제 전시관’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시의 한 고위간부는 학술대회 발제자와는 별도로 자신이 발굴하고 정리한 ‘박제상의 출자(出自)’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안들은 아쉽긴 하지만 상당히 진일보한 문화적 성과라 하겠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박제상에 대한 숭모 선양사업은 일회성 또는 단발성 사업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에 대한 출생사실 확인작업이나 치적, 설화와 유지(遺旨) 등 선양에 필요한 고증이나 학술적 접근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별도로 집대성하도록 할 것이며, 시에서는 당장 효충사 주변에 대한 정비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명색이 충신 선조 중 으뜸이라 할 박제상 공의 사당이 이렇듯 황폐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고택에 불과한 현실에 당국은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역동적인 산업도시도 좋지만 뛰어난 조상에 대한 숭모사업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는다. 기념관을 통한 재조명과 유적지의 성역화사업에 실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춘추원 중심에 충렬사가 자리하면서 조상의 얼을 다시 새기는 정신적 요람이 완성됐다. 이제는 박제상 공에 대한 기념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여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애향정신을 고취하는 한편, 관광도시의 문화적 테마로 구체화해 나가는 일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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