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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땀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문화

땀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2/10/23 11:47 수정 2012.10.23 11:47
양산시청 여자배구단, 전국체전 3연패

추석 연휴까지 반납한 맹훈련 끝 결실




↑↑ 양산시청 여자배구단 선수들이 훈련을 잠시 멈추고 강석진 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다.
“(수비하러) 들어올 때는 빠르게, 나갈 때는 천천히 하라 그랬잖아. 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게 해”

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양산시청 여자배구단 선수들은 명절 선물 보따리 대신 붕대와 파스, 운동복이 들어있는 가방을 꾸렸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육대회 준비를 위해 명절 연휴를 고스란히 반납했기 때문이다. 매년 그래 왔듯 추석 당일 고향에 들러 차례를 올리는 것으로 후손으로서의 최소한의 예를 갖추기로 했다.

이날 선수단은 오전 종합운동장에서의 체력강화 훈련을 마치고 오후에 국민체육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서다. 한가위로 들뜬 바깥세상과 달리 그곳에는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뿜어내는 긴장감만 가득 찼다. 오전 인터뷰 당시 선한 웃음 건네던 강석진 감독의 표정도 달라져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훈련이 시작됐다. 좌우에서 날아드는 공을 받아내느라 선수들의 두 다리는 쉴 틈이 없다. 강 감독의 손을 떠난 강 스파이크가 선수의 얼굴을 향한다. 두 손이 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공은 그대로 얼굴에 꽂힌다. 강한 충격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붉은 자국이 그대로 남은 얼굴로 다시 자세를 갖춘다. 왼쪽으로 날린 몸을 제대로 추스르기도 전에 이번에는 오른쪽이다. 의지와 관계없이 몸은 이미 허공을 날고 있다. 공과 함께 몸이 바닥 위에 나뒹군다. 고통을 느낄 시간도 아깝다는 듯 선수들은 곧장 몸을 일으킨다.

훈련 시작 3시간이 지났지만 ‘휴식’은 없다. 훈련 중간 강 감독이 선수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짧은 시간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선수들은 호흡을 고르고 정신력을 집중한다.

↑↑ 추석연휴를 앞두고 선수들은 선물보따리 대신 파스와 붕대, 운동복이 들어있는 가방을 꾸려야 했다.
“밭이 좋아 좋은 열매 맺는 것”

강 감독은 올해 목표를 전국대회 전관왕으로 잡았다. 실제 지난 10일 열린 전국체육대회만 우승하면 대회 3연패에 이어 전국대회 전관왕에 오른다. 강 감독이 훈련 내내 엄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질책한 것도 이러한 목표 때문.

그런데 이런 호랑이 감독도 속내는 조금 다르다. 강 감독은 “선수들이 착해서 코치진의 지도방식을 잘 따라주고 있다”며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물론 선수들 앞에서 드러내는 일은 없지만.

강 감독은 “씨를 뿌리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면 그 씨앗을 잘 일궈내기 위해서는 ‘밭’의 역할이 크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선수들은 훌륭한 밭”이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프로 구단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한 선수, 프로구단에서 외면당하고 갈 곳 없던 선수들이 모여 만든 팀. 그래서 ‘외인구단’이라 불리던 시청여자배구단이 창단 2년 만의 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뤄낸 것 역시 ‘밭’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지도 방식을 믿고 따라와 준 ‘착한’ 선수들이었기에 강 감독은 더욱 욕심을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국 최강 실업팀이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부모형제에 대한 그리움마저 묻어야 했던 선수들. 이날 선수들이 받아낸 수백, 수천개의 공은 시합에서 단 한 번 찾아올 순간을 위해서다.

공을 노려보는 매서운 눈초리와 그 위로 흘러내리는 땀방울. 결국 이들의 노력은 우승이라는 결과로 보상받았다. 지역민의 자랑이 되고 싶다는, 더 나아가 시민구단으로 명실상부한 양산 시민의 대표가 되고 싶다는 양산시청 여자배구단. 이들은 이미 양산시민의 자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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