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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운용교수의 인도 비즈니스] 투자 진출은 어떻게 하나 ..
기획/특집

[이운용교수의 인도 비즈니스] 투자 진출은 어떻게 하나 ③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2/10/23 12:05 수정 2012.10.23 12:07






↑↑ 첸나이힐튼호텔 라운지에서 바라본 첸나이 시내 전경
합작투자에서 단독으로 전환하는 외국 기업들

투자지분을 50대 50으로 정하여 경영상 분쟁을 일으킨 가장 좋은 사례는 마루티-스즈키 자동차다. 마루티-스즈키 자동차는 인도 정부와 일본의 스즈키가 50대 50의 지분으로 합작하였다. 합작회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마루티라는 소형 승용차를 생산하여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승용차 시장의 80%이상을 점하던 마루티는 인도측과 스즈키측이 각각 5년씩 담당하던 사장 자리를 놓고 1997년부터 2년 이상 분쟁이 지속되었다. 2000년 현대자동차의 ‘상트로’ 돌풍으로 마루티는 시장 점유율이 70% 이하로 내려갔으며 하향추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포드가 인도의 마힌드라와 합작한 ‘마힌드라 포드’ 역시 사업추진 방식이나 추가 투자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결국 포드가 지분을 전부 인수하여 단독 경영을 하고 있다. 포드는 현대자동차보다 1년 먼저 첸나이에 진출하였으나 그보다 무려 1년이나 늦게 자동차 생산을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포드는 현대의 시장 선점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1999년 6월 인도 최대그룹 타타와 미국 IBM이 합작 설립한 타타-아이비엠은 아이비엠이 타타측 지분을 전량 인수하였다. 1992년 50대 50의 비율로 출발한 이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타타측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전력하기 위해 지분을 넘기는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몇 달 전 라비 마르와하 사장이 경질되면서 루머가 퍼진 것을 보면 양측이 경영문제로 상당히 소모전을 벌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비엠 측은 1997년에 타타-아이비엠에 10%, 타타인더스트리에 10%씩 넘기고 자신이 80%를 보유한 아이비엠 글로벌 서비스라는 회사를 인도에 설립하여 대주주로서 단독 경영을 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인도 합작 파트너와 결별하는 주된 이유는 의사결정의 지연이다. 인도인은 투자 확대에 매우 신중하다. 투자를 결정해도 조금씩 조금씩 시장 반응을 보아가며 시차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인도인이다. 인도인의 이런 태도가 꼭 부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글로벌 경쟁에서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도 92년 초 금성사(현재의 엘지전자)가 인도와 합작투자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94년에 대우가 DCM대우라는 이름으로 합작으로 진출했으나 문제가 많아 인도측과 결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와 같은 성공은 거두지 못하였다. 외국 대기업 중 처음부터 단독으로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사업 첫 해부터 대성공을 거두어 외국인의 대규모 투자로서는 최고의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 첸나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Express Avenue
회사대표는 우리가 맡아야


인도에서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MD(Managing Director)라고 한다. 합작투자를 하는 경우 MD를 누가 맡느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문제다. 그런데 우리 기업을 보면 대표이사직을 너무 쉽게 인도측에 양보한다. 지분이 50%가 안 되는 경우는 경영권을 요구할 수 없겠지만 51% 이상의 지분을 가진 경우에도 대표이사를 인도측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의 MD자리는 절대로 인도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지분이 49%여서 대표이사를 인도측에 맡겨야 한다면 가능하면 지분을 26%정도까지 내려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 기업은 현지 실정을 잘 아는 인도인이 대표이사를 맡는 것이 회사 경영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본사에서 파견된 경영진 중에는 스스로 대표이사 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또한 인도인들이 노조 관련이나 허가 사항 등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외국인 사장은 해결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는 식으로 은근히 겁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기업측은 대표이사직을 양보한다.

현지화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인도인을 사장으로 일부러 임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인도인들의 사고방식이나 인도 기업의 경영풍토를 너무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다.

대표이사를 인도인에게 맡겨서 실패한 예를 들어보면, 1990년 초 뉴델리 부근의 Y기업, 첸나이에서 경영을 잘 하다가 인도인에게 사장을 맡긴 후 파산한 D기업, 합작투자 초기부터 인도측을 대표이사를 시켜 기업 운영도 해보지 못하고 투자금을 날린 D기업, 인도측을 합작사 대표로 선정하자마자 대표 명의의 채무로 인하여 합작사 자산이 차압당한 사례 등 매우 많다.

대표이사를 우리가 맡아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인도의 MD는 경영에 대해 전권을 휘두르되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회사의 경영이 잘못되어 부도가 나도 우리나라 회사대표처럼 사재를 턴다든가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데 인도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회사가 잘못 되어도 대표는 자기 재산을 충분히 늘려 나갈 수 있으며 개인자산은 회사자산과 엄격히 구분되어 보호를 받는다. MD는 형식적인 이사회의 의결을 악용하여 자신은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인도에서 중견 기업 이상 MD의 월급은 1997년 통계에 의하면 40만루피에서 60만 루피, 달러로 환산해 보면 1만에서 1만5천달러 정도다. 1998년도의 제조업체 노동자의 법정 최저임금이 1천7백루피(5만원) 정도이며 대졸자 사무직 초임 평균이 5천루피(14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해 보면 공장 노동자 2백 내지 3백명분의 월급을 MD 혼자 받아간다. 물론 2,3만루피(50만원)의 월급을 받는 MD도 많긴 하다.

회사는 망해도 사장과 친인척으로 구성된 이사진이 은행 대출을 받아 월급·활동비의 명목으로 이 돈을 횡령한다. 인도의 많은 MD들은 망해 가는 회사에서도 해외출장비 명목으로 비행기 1등석, 하루 500달러가 넘는 해외 최고급 호텔 비용, 몇 천 달러의 활동비 등을 마음대로 쓴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어려우면 월급을 받기는커녕 사재를 털어 회사를 살리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사장과는 전혀 다르다.

↑↑ 2010년 1월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기업 부도나도 책임 안지는 대표

인도에는 회사라는 법인체를 악용하여 개인적인 부를 축적할 목적으로 만든 회사도 많다. 어느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아 개인재산으로 넘기고 있다는 것을, 대출 자산을 사장의 개인 재산으로 도피시키고 있다는 것을 은행도 잘 알고 있지만 서류상의 하자만 없으면 눈감아 준다.

인도는 카스트 사회라서 아무리 큰 대도시라 하여도 같은 카스트 내의 일은 내 집안일처럼 서로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기업을 하는 비즈니스맨들은 대부분 같은 계층의 카스트에 속하므로 우리나라의 시골동네에서 ‘누구네 집에 무슨 일이 있다더라’하는 식으로 서로간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회사가 부도 직전이라는 것을 은행장이 모를 리 없지만 컨설팅회사를 중간에 넣어 신용도를 평가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대출을 해준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대출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와서 대출해 주었다는 명분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물론 신용평가기관이 문책을 당하는 일도 없다.

기업이 부도나도 기업 회생 또는 폐쇄를 결정하는 기구에 회부되어 존폐를 결정하는 데 5~6년 걸리는 것은 보통이며, 이 기간 중 회사대표인 MD의 책임은 흐지부지 된다.

인도에는 수시로 회사를 설립했다가 폐업을 하는 기업인이 많다. 이름뿐인 회사를 몇 개씩 갖고 있다가 모회사에서 일으킨 은행 대출 자산을 개인 회사로 전용하는 등 회사 운영보다 개인의 축재에만 신경 쓰는 기업주도 상당하다.

어려움이 있으면 이를 극복하여 돌파구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기존 회사를 버리고 가능한 한 회사 재산을 빼돌려 다른 사람 이름으로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 세금포탈 체납·대출금 상환·노조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도의 기업풍토다.

회사 대표가 장기적으로 회사를 책임지고 키우기 보다는 한탕 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이러한 인도기업 및 사회풍토가 외국인 합작투자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외국인 파트너는 인도인처럼 한가하게 몇 년씩 걸려 회사를 폐쇄하고 새 회사를 만들고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 이운용

한국외대 인도어과
한국외대 지역대학원 정치학 석사
인도 첸나이무역관 관장
한국인도학회 부회장(현)
영산대 인도연구소장(현)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현)
영산대 기획처장(현)
 
인도에 투자하는 우리 투자기업에 다시 한번 제안한다. 투자법인의 대표를 인도인에게 맡기지 말라. 인도에 대한 경험 부족은 해당분야의 유능한 인도인을 채용하면 된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을 잘 활용하는 것이 호시탐탐 약점을 노리고 있는 인도인 파트너보다 도움이 된다.

일본 기업들은 인도 진출 역사가 깊어서 자사에서 퇴직한 인도인을 일본인 사장의 자문역으로 재고용 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 같은 곳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두는 좋은 방법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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