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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허위신고 책임 물어야 한다..
오피니언

허위신고 책임 물어야 한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10/30 09:14 수정 2012.10.30 09:14



 
 
초등학생 거짓신고에
휴일 경찰 비상상황 소동
공권력 무시행위 만연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인성교육 부재 탓이다


“살려 주세요”

지난 5월 어느 날 새벽 1시경 양산경찰서 112지령실에 접수된 한 통의 문자는 즉각 형사들에게 전달돼 휴대폰 위치 추적과 함께 사건 수색에 나서게 했다.

신도시 이마트 주변 반경 4㎞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 끝에 찾은 신고자는 맹랑한 여고생이었다. ‘경찰관의 출동태세를 점검’해 보았다는 말에 허탈해지고 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허위신고 사례가 또 발생했다. 지난 일요일 오후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다급한 문자메시지가 112신고센터에 접수된 것이다. 8대의 순찰차와 112타격대 요원들이 즉시 출동하고, 비번 형사들마저 비상소집하게 만든 장본인은 놀랍게도 집에 혼자 있던 어린 초등학생이었다. 호기심에 의한 장난 신고였다는 말에 상황은 종료됐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양산경찰서에 접수된 허위신고 건수는 무려 356건이나 된다. 이는 전체 신고민원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석 달 동안 356차례나 불필요한 출동을 한 셈이다. 그동안 나머지 지역의 치안이 위험에 놓였을 수도 있다.

휴대전화 2천만시대의 초상이라고 할 허위신고 사건을 접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해 본다. 첫째는 아이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공권력에 대한 경시현상이다. 둘째는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휴대전화는 일상을 탈출하는 마법의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들에 대한 인성교육의 기초학습장인 가정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로 보여진다.

공권력에 대한 경시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방송과 신문에서 심심치 않게 다루고 있는 주폭들의 횡포와 행락지의 무질서 행태는 무기력한 경찰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영화나 외신뉴스에서 보여주는 서구의 공권력 행사 장면이 단호함을 넘어서 과격하기까지 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에게 ‘멱살 잡히는 경찰’이나 ‘차도를 가득 메운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쉽게 넘어서는’ 동영상이 낯설지 않다는 것은 공권력의 행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이러한 공권력 무시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기초질서 준수라는 현대인의 기본소양이 어릴 때부터 교육되지 못한 결과다. 일례로, 학교 앞 스쿨존에서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식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이 사회로 진출해 운전대를 잡았을 때 습관적으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결과이며, 아이들 스스로도 약속된 교통질서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유럽의 교육선진국에서 유치원생에게 처음 가르치는 것이 거리에서의 교통예절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소방대원이나 경찰관이 입회하여 교통신호의 종류와 기능,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 등을 수없이 반복해 가르치는 것은 어릴 때의 습관이 커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학생들에 의한 거짓신고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가정의 보호막이 견고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112나 119 허위신고자에 대한 처벌이나 금전적 징벌이 미약하기 때문도 있다. 최근 법원은 이런 상황을 주시하면서 주목할 만한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해 두었으니 찾아보라는 장난신고전화를 한 중학생의 부모에게 법원이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경찰특공대가 동원되면서 출항 직전의 항공기들이 발이 묶이고, 예약이 취소되는가 하면 공항 폐쇄로 인한 피해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렀다니 그깟 벌금은 아무 것도 아니다.

경찰력의 낭비는 그 반대급부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질적 보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미성년자의 행위에 대하여 그 부모에게 구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정교육의 소홀로 야기된 반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허위신고는 실정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음을 단단히 일러야 한다. 경범죄로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도 있지만 정도에 따라 공무집행방해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양산경찰서도 이번에는 초등학생의 허위신고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되지 않기 위해 계도의 칼을 빼 든 것이다. 부모와 상의하여 ‘마을순라대’에 참여시키고, 파출소에서 방범체험을 하도록 했다.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거짓신고한 장본인으로 하여금 그로 인한 파장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인 만큼 교육적 체벌과 재발방지 효과가 충분하리라 본다.

차제에 공권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거짓신고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정한 공권력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과 시민 개개인이 최소한의 법질서를 지키려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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