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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명품 교육도시, 말로만 해선 안 된다..
오피니언

명품 교육도시, 말로만 해선 안 된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2/11/13 11:22 수정 2012.11.13 11:22



 
 
어곡초 이어 소토초도
공해로 인한 이전 요구해
명품 교육도시 꿈꾸면서
기본적 학습권 보장 못해서야
시장과 국회의원 공조로
이전 예산 따내야 한다


양산은 산업도시다. 시 홈페이지에 소개된 공장만 1천500개가 넘고 종업원이 4만2천명이나 된다. 1970년대 말부터 부산 등 인근 대도시 주거지 내 공장들의 역외이전이 추진되면서 양산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가까우면서도 편리한 도로망과 저렴한 땅값 덕분에 공단이 우후죽순격으로 조성되었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에서는 산막공단을 직접 조성하고 있고, 여러 곳에서 민간사업자들이 산업단지 인가를 받아서 시공 중이다. 그러다 보니 시 전역이 먼지로 뒤덮인 채 공사중이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몇 개의 초등학교가 그런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다.

어곡동 매봉 골짜기에서 발원한 유산천 변에 있는 70년 전통의 어곡초등학교에는 18학급 400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이 학교 주변에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양산지방공단과 어곡지방산업단지 내에 백여개의 공장들이 가동 중이다. 재학생들은 30년 이상 등하굣길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것은 물론 악취와 소음 등으로 인해 학습권이 크게 침해당해왔다. 당연히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학교를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9월 어곡초등학교에서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교육장과 도교육의원 등이 임석한 가운데 즐거운 설명회가 열렸다. ‘현 위치에서 산 쪽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 1만6천㎡ 부지를 확보해 18학급 540명 규모의 새 건물이 들어선다’는 장밋빛 계획이 제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심사를 통과해 최종승인 받았다는 소식에 누가 생색을 내어도 별무상관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어곡초 이전은 립 서비스(Lip Service, 말 뿐인 주장)로 끝나고 말았다. 국가예산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환경문제의 원인제공자인 공장주와 지자체에서 예산을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교과부의 승인은 무언가. 소가 웃을 노릇이다.

처음부터 돈 문제는 지원 못 한다고 했으면 도교육청을 물고 늘어지든지 했을 텐데 이제 와서 국비지원 없다니 이전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이보다 더 험한 상황이 또 생겨날 거라는 점이다.

상북면 소토리에 있는 소토초등학교가 그렇다. 12학급 275명이 다니고 있는 이 학교는 상황이 어곡초등학교보다 더 심각하다. 서쪽으로는 최근 이전한 경부고속도로 양산나들목이 바로 붙어있어 왕복 8차선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과 분진이 담을 넘어오고 있다. 나머지 삼면으로는 모두 공장들로 뒤덮였다.
 
더구나 학생들의 통학로가 산막공단 주출입로로 지정됐다. 산막공단은 시에서 공영사업으로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 그나마 남아있던 마을까지도 다 철거해 버렸기 때문에 아예 주변이 공동화 내지는 우범지대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토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이제는 다른 어떤 대안도 소용없다면서 주거지역으로의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투쟁도 불사할 태세다. 최근 수년간 공단건설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 오고 있는 이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행히 어곡이나 소토초등학교 모두 인근에 이전 후보지가 있다. 다만 돈이 문제다. 둘 다 현재 학교부지를 매각해 새 부지를 매입하고 교사를 신축하려면 추가의 예산이 필요하다. 어차피 유입인구가 늘어나면 학교의 신설이 수반되는 만큼 우리시의 경우 인구증가 추세에 따라 그러한 예산수요 예측이 평상시 진행되어야 하는 곳이다.

다시 말하자면 공단 조성 등 산업기반시설의 확충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교육수요와 균형에도 신경을 써야 된다는 것이다. 어곡초나 소토초등학교 주변의 공단은 결국은 시에서 입지를 정한 것이다. 교과부의 논리대로라면 시에서 학교 이전비용을 책임져야 하는데 시가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국가예산을 따오는 것에 전력투구할 일이다. 시의 예산서를 보면 국비사업이 숱하게 많다. 부처별로 정부의 필요나 시의 요청에 의하여 수립되는 국가예산의 보조가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원의 힘을 빌어야 할 부분이다. 도교육청에 대한 압박도 필요하다. 학교이전의 당위성을 인정했다면 당연히 이전에 드는 비용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부분은 지역 출신 교육의원의 몫이다.

올해 신도시 인근의 한 초등학교는 그린스쿨 사업에 선정되어 교과부로부터 받은 35억원의 사업비로 각종 시설 보수와 생태학습장 등 자연친화학교로 탈바꿈했다.

어떤 학교는 주변 신설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점을 인정받아 대규모 환경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앞의 두 학교는 기본적인 학습권마저 보장받지 못해 투쟁하고 있다. 이런 양극화를 어떻게 놓고 볼 것인가. 해답은 교육당국자뿐 아니라 시장의 관심에도 달려있다. 명품 교육도시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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