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람

문화원 부원장 박정수 씨, 장학재단에 6억 상당 사재 기증
양산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2/11/20 13:58 수정 2012.11.20 01:58
16년 전 사고로 잃은 아들 기리는 부정(父情)

“내 작은 기부 통해 나눔 문화 널리 퍼지길“




“아내는 아직도 바깥출입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때의 일이 생생하고요.”

16년 전 스물여섯살의 외아들을 먼저 보내야 했던 아버지는 그날의 아픔을 아직 지워내지 못한 듯 인터뷰 도중 잠시 먼산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신도시건설로 사라져 버린 마을, 물금 신주동에서 나고 자란 박정수(66, 양산문화원 부원장) 씨는 지난 15일 고향마을에서 처음 차린 목욕탕 땅과 건물을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이하 장학재단)에 기증했다.
 
교동 한복판에 있는 621㎡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총면적 721.3㎡)은 감정가격으로도 6억2천만원에 달한다. 장학재단이 설립된 이래 개인기부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고향마을에 주민편의시설 희망


박정수 씨가 기증한 부동산은 비교적 낙후된 마을인 교동에서 처음 지은 목욕탕으로 신도시 조성 전까지는 마을사람들이 애용하는 쉼터였다. 직접 경영하기 어렵게 된 후로는 잠시 세를 주기도 했는데, 관리가 부실해 여러 해 전 문을 닫았다. 그후 다른 상가로 쓰려고 매각을 권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엇인가 유용하게 쓸 일이 있을 거라는 마음에 팔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이 땅이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교동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주민편익시설로 쓰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학재단에 기부하게 된 것도 재단 소유가 된 이후 시에서 이 땅을 매입해 공익시설을 건립한다면, 장학재단에도 좋고 지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그는 이러한 뜻을 기부행사가 있는 날 나동연 시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씨는 일생을 사회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낸 양산의 지도층 인사라 할 수 있다. 젊어서 청년회의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봉사에 눈을 뜬 그는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양산시협의회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양산시생활체육회를 조직해 10여년 동안 회장직에 있으면서 스포츠 저변확대와 시민화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부터는 문화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먼저 간 아들에게 주는 선물”


사실 박 씨의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6년 전 아들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떠나보내면서도 아들의 장기를 기증해 새로운 삶과 생명을 세상에 남기도록 했다. 또 생활체육회와 양산부산대병원 발전기금으로 1천만원씩을 쾌척하기도 했다.

박 씨는 “생전에 나눔과 배려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던 아들의 뜻에 따라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기부하게 됐다”면서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런 나눔의 바람이 확산돼 기부문화가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말이 가까워오고 있는 이때, 지도층 인사의 ‘아름다운 기부’가 어려운 살림살이의 시민들에게 따뜻한 소식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